[금융리뷰] 가계부채 시한폭탄 ‘째깍째깍’

2023-12-07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도 최근 고조되는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면서 가장 큰 불안요소로 가계부채를 꼽았다. 때문에 취약차주 보호대책 등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가계부채 비율, 92분기 연속 증가세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이 5일(현지시간) 발표된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국제결제은행)의 2022년 2분기 가계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6%로 상승해 43개국 중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스위스-호주-한국 順). 지난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4%로 세계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다른 상위권 국가들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분기 대비 약 1%p 하락했다. 43개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분기 대비 상승한 국가는 11개국에 그쳤다. BIS 기준 한국의 2분기 가계부채 절대금액은 2245조원 BIS의 가계부채 통계는 비영리단체의 부채를 포함이며, 이는 2013년 상반기 대비 약 2배로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금액은 1999년 3분기부터 92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며, 2013년 2분기부터 37분기 연속으로 직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2분기 가계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6%를 기록해 아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7년 4분기 99.1%로 정점을 기록한 후 올해 2분기 75.6%까지 하락했으나, 한국은 같은 기간 69.2%에서 105.6%로 상승했다. 또한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순위는 8위였으나, 3위까지 상승했다. 오 의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으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어 “금융당국이 증가 속도 둔화에 안심할 때가 아니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고, 취약차주 보호대책 등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GDP

무디스도 경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고조되는 북한과의 긴장관계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 불안요소로는 자금시장 경색과 불안정성, ‘가계부채’를 꼽았다. 아누슈카 샤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는 6일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가 공동 주최한 한국 신용 전망 콘퍼런스에서 “(2023년) 한국 신용등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구조적 개혁을 시행해 그동안의 경제 성과를 유지하고,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맞서 추가적인 재정 손실을 막는 데에 (한국 신용도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위험 요소도 언급하면서 특히 한반도 내 전쟁 위험성을 줄이는 게 해외투자자 등의 높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샤 이사는 “군사 위험 요소는 낮다고 보지만 현재 긴장이 고조된 상태이고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 것도 사실”이라면서 “평화협정이 없다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그 회복세가 완만해졌다”면서 내년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통화 긴축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지난달 10일 발간한 ‘세계 거시경제 전망 2023~24’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는 한국은행 전망치(1.7%)나 HSBC(1.5%), 크레디트스위스·골드만삭스·JP모건(각 1.4%)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예측보다 높은 수준이다. 샤 이사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정부부채보다 기업과 가계 부채의 증가속도가 더 빠른 점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취약차주 비중이 2018년 7.4%에서 올 1분기 6.3%까지 낮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자금시장 경색에 대해서는 최근 회사채 등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단기자금 시장 금리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릴리안 리 무디스 신용심사역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1%포인트 높은 5%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 3월까지는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무역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더욱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