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시들한 IPO 시장 속 약진하는 ‘코넥스’

2023-12-12     전수용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자금조달에 비교적 어려움을 겪는 창업 초기의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지난 2013년 국내에 첫 도입된 코넥스 시장이 올해 들어 활성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추진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며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히 냉각됐지만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기업 수는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넥스 시장 상장기업, 12곳 이상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넥스시 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모두 8곳으로, 지난해 기록한 7곳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1개월 이내 거래소에 코넥스 시장 신규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까지 합치면 올해 코넥스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최종 12∼14개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코스피 시장 신규상장(리츠·스팩·이전 상장 제외) 기업은 올해 들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4개 기업이 코스피에 입성한 데 비해 올해는 그의 5분의 1 수준인 3개사에 그쳤다. IPO를 통한 공모금액 규모도 급감했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신규상장으로 유입된 공모액은 16조3천658억원에 달했으나, 올해는 13조519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올해 공모액에는 역대 코스피 시장 공모액 최고치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12조7천500억원)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집계하면 약 2∼3%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쪼그라든 코스닥 시장

코스피 시장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는 코스닥 시장은 신규상장 기업 수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모금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9일 기준 올해 코스닥 신규상장 법인은 모두 61개사로 지난해보다 4곳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공모금액은 3조715억원에서 2조4천401억원으로 약 21% 가량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이 내년에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공모액 규모가 400억원 이상인 중대형 IPO는 공모가 범위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서는 추진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코넥스 상장 기업 수가 반등한 것은 그만큼 코스닥 시장에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넥스 진입 요건 코넥스는 초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7월 만들어진 중소·벤처기업 전용 증권시장이다. 코스닥에 비해 진입 문턱과 공시부담을 크게 낮춘 시장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코넥스 시장 상장 후 공신력과 성장성을 확보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넥스 일반기업부로 상장을 원하는 경우 ▲직전연도 감사의견 적정 ▲지정자문인(증권사) 지정(선임계약 체결) 요건 ▲기타요건(양도제한이 없을 것 ▲거래소가 정하는 액면가액, 공익/투자자 보호)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다만, 특례상장을 원하는 경우에는 상기 일반기업부의 요건 중 지정자문인 지정 요건이 면제되고, 특례상장 유형별로 각각 추가적인 요건이 부과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스타트업기업부(기술특례상장) 상장시 지정기관투자자(VC 등)으로부터의 투자(지분율 10% 또는 투지금액 30억원 이상) 및 상장 동의요건, 기술평가등급(BB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크라우드펀딩기업부(크라우드펀딩특례상장) 상장시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신규상장 신청전 보통주로 전환된 종류주식 포함) 및 참여자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당국, 코넥스 진입 장벽 낮추고 있어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 수는 2014년 34개사, 2015년 49개사, 2016년 50개사로 꾸준히 늘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7개사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코넥스 신규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5곳에 달했다. 반면 최근에는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코스닥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잇따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서재, 제이오, 바이오인프라, 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이 가운데 자람테크놀로지는 공모 구조를 바꾸면서까지 재도전했으나 투자심리 악화에 두 번째 시도도 중단했다. 또한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코넥스 상장사의 코스닥 이전 상장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올해 초부터 시행, 기업들의 코넥스 상장 유인이 커지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 자체의 매력도가 늘어나기도 했고, IPO 시장에서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안 좋게 나오니 코스닥 상장이 여의치 않다고 여긴 기업들이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게 좀 더 손쉽게 코스닥에 진입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