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은행님, 저 빚 갚기 힘들어요...재고해주세요”
2023-12-14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앞으로 정부가 채무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채무자 간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에서 개인금융채권의 연체 이후 관리와 채무자 보호 규율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의결됐다.
해당 법률안에는 채무조정, 연체이자 부과, 추심 등 연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체 채무자가 상환곤란시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을 도입해 사적 채무조정을 제도화했다.
아울러 기한이익 상실시 이자부담 제한, 상각채권 양도시 장래이자 면제, 소멸시효 관리 기준 마련 등 채무자의 연체부담을 완화해 준다.
또한 추심총량제, 연락제한요청권, 추심유예 등 추심행위 규제를 통한 채무자의 과다한 추심부담을 완화키로 했다.
제정 배경
개인 신용대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수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현재의 개인채무자 보호 제도의 틀을 형성했다.
그 결과 추심질서 개선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으나, 개인연체채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연체・추심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 채무자가 금융회사와 직접 협의해 신속하게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미비하고, ‘채권추심법’은 폭행・협박 등 특정 추심행위를 금지하는 소극적 규율방식으로 채무자의 재기지원과 권익증진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채권금융회사의 제3자 추심(추심위탁・채권매각)이 보편화되어 고객보호에 소홀해지고 회수에 치중한 추심관행이 형성됐다.
이에 연체 이후 채권금융회사 및 추심자와 개인금융채무자간 권리, 의무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마련했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이 의결됐다.
주요 내용
우선 연체 채무자가 상환곤란 시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을 도입해 사적 채무조정을 제도화한다.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채권금융회사는 추심을 중지하고, 10 영업일내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채권금융회사는 채무조정 요청시 제출한 서류에 대한 보완요청에 채무자가 3차례 이상 불응하거나 채무조정 거절 이후 상환능력 변동없이 재차 요구하는 경우 등에는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사는 채무자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이 있는 기한이익 상실, 상각채권 양도, 주택경재 진행 전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기회를 통지해야 한다. 채무자가 채무조정 요청시 채무조정의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채권의 양도 및 추심이 제한된다.
연체기간 중 채무금액 누적을 제한해 연체부담을 경감한다. 그동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됐을 경우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까지 연체이자가 부과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더라도 아직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원금에 대해서는 연체가산이자 부과가 금지된다.
소멸시효 관리 내부 기준 마련도 의무화될 예정이다. 그동안 금융사가 채무자의 상환 가능성에 대한 고려없이 관행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함에 따라 시효 완성이 지연돼 왔었다.
그러나 새 법률안에는 금융사가 소멸시효 완성일로부터 10영업일 내에 채무자에게 소멸시효 완성사실을 통지하도록 했다.
채무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10영업일 이내에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본다.
새 법률안은 소멸시효 완성 채권, 소송 진행중 채권, 채무조정 진행중 채권 등 금융회사, 추심회사가 추심, 양도할 수 없는 채권을 법률로 명문화했다.
따라서 추심착수 시 채무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충분히 부여하기 위해 추심 채권 정보, 추심착수 예정일 등을 채무자에게 미리 통지해야 한다.
7일에 7회를 초과해 추심을 위한 연락은 금지되며, 채권추심자에 특정 시간대 또는 방법‧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이 가능하다. 이밖에 재난 등 불가피한 사유 확인시 일정기간 동안 추심연락을 유예할 수 있다.
아울러 채무자 보호도 강화됐다. 채권금융회사가 채권양도‧추심위탁시 양수인‧수탁자의 전문성, 민원내역 등을 평가해 전문성 있고 불법‧과잉 추심 소지가 낮은 회사에 양도‧위탁하도록 하며, 개인채무자보호법 및 채권추심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
개인채무자는 채권금융회사, 채권추심회사 등에 대해 300만원 이하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대 효과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추심-소멸’ 등 대출의 모든 과정에 걸친 규율을 통해 금융회사‧ 추심자와 채무자 간 권리・의무가 균형을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채무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금융회사는 장기적인 회수가치도 제고되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은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의결시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향후 국회 입법논의 시 이번 제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의결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