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2월 14일 사진작가 죽음 연출 사건

2023-12-14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2년 12월 14일에는 서울 금천구에서 일어난 일명 ‘사진작가 죽음 연출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사건에 우리나라 최초로 프로파일링 기법이 사용됐다. 만약 프로파일링 기법이 없었다면 범인을 잡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죽어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사건으로 가장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저항한 흔적 없는 여성 시신 발견

1982년 12월 14일 서울시 구로구 호암산에서 24세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자는 이발소 여종업원 김경희씨. 독살로 추정되지만 옷은 완전히 벗겨졌고,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다가 사망을 했지만 저항한 흔적은 없었다. 김씨가 산에 스스로 올라가 스스로 옷을 벗은 후 독약을 먹고 바닥에서 몸부림치다 사망한 것이다. 얼핏보면 음독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경찰은 타살로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경찰 역사상 최초로 프로파일링 기법이 동원됐다. 그 당시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한 때였지만 너무 기괴한 죽음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리고 범인이 잡혔는데 당시 42세 전과 4범인 사진작가 겸 보일러 배관공인 이동식이었다. 1940년생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특수절도 혐의로 몇차례 교도소에 드나든 후 사진을 취미로 붙였다. 그런데 사진작가로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됐고, 사진 공모전에 10여차례 입상을 하면서 개인 전시회까지 열었다. 그러자 당시 150만원짜리 일본제 카메라를 구입했다. 당시 일반적 SLR 카메라인 Nikon FE가 27만 원 정도로 국립대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거금을 들여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다.

창작의 고통 끝에

하지만 이내 사진작가로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진 공모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죽음을 비롯한 자극적인 컨셉을 사진에 담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연출된 죽음 사진이었지 실제로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다니던 퇴폐이발소 직원인 김경희씨에게 출세를 시켜주겠다면서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수락을 하자 함께 산에 올라갔고, 옷을 벗기 전에 추울테니 감기약을 주겠다면서 약을 줬다. 하지만 그 약은 사인화 칼륨(청산가리)였다. 김씨가 감기약인 줄 먹었지만 곧바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이동식은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사진을 21장이나 찍었고, 죽은 후에도 셔터는 계속 눌러졌다. 이동식이 검거 후에도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그런데 경찰이 유력한 증거인 피해자 사진을 찾지 못했다. 이에 이동식 거주하는 집에 찾아갔지만 역시 찾지를 못했다. 그런데 한 경찰이 벽면 일부분만 도배된 것을 예의주시해서 벽을 두들기는 합판이었다. 이에 합판을 뜯어보니 사진과 필름이 나왔다. 이에 이동식은 피해자가 이미 죽은 이후에 사진을 찍었을 뿐이지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진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고, 신구전문대 사진과 홍순태 교수가 사진에 담긴 피해자의 솜털이 서있으면 살아있는 것이고 솜털이 누워 있으면 사망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현미경을 동원해서 살펴보니 솜털이 서있었다. 그리고 점차 솜털이 눕게 된 것이다. 이동식이 사진을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 결국 자승자박이 된 것이다. 이동식의 사형집행이 이뤄졌는데 서울구치소의 서대문 시절 마지막 사형집행이었다. 이를 끝으로 서울구치소는 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고 현재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