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정란각

2023-12-14     어기선 기자
사진=부산튜브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정부 후원으로 제작된 한복 홍보 영상에 일본식 가옥이 등장한 것에 대해 지적을 했다. 14일 서 교수는 자신의 SNS에 “한복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드는데 이 곳에서 촬영을 한 이유가 뭘까요? 참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고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 만든 한복 홍보 영상이다. 그런데 한복을 입은 세 사람이 앉아 있는 장소가 일본식 가옥이라는 것이 서 교수의 주장이다. 해당 장소는 정란각으로 고급 요릿집으로 쓰이던 곳이라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일제강점기 부산철도청장 관사로 사용

해당 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부산철도청장이 관사로 사용했다. 해당 건물은 1943년 당시 일본 무사계급이 많이 사용했던 ‘쇼인즈쿠리’(일본식 서원 건축양식) 건축양식을 따라 2층으로 지어졌다. 전형적인 일본 고급주택 양식으로 원형이 잘 보존돼 국내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근대 건축물이다. 해방 이후 적산가옥이 됐고, 이후 요릿집으로 정란각으로 운영해왔다. 이후 정원 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에 팔아 현재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건축물과 시설물 등이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문화재청은 2010년 일제의 압정과 수탈의 역사를 잊지 않고자 이 건물과 남은 부지를 매입해 2012년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관리를 맡겼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지난 3년간 6억9천만원을 들여 건물과 시설 등을 복원하고 보수한 뒤 ‘문화공감 수정’으로 개관하게 됐다.
사진=부산튜브

핫플로 인기가 높아

정란각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가수 아이유 ‘밤편지’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식 가옥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본식 가옥을 핫플레이스(핫플)로 젊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을 뿐이지 수탈의 현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즉, 문화재청이 해당 가옥을 보존하려고 하는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수탈을 잊지 말라는 차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서 교수가 지적한 대로 한복 사진 촬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