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산통 끝 인하된 법인세, 경기 침체 해법 될까

2023-12-26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법정시한이 21일 동안 지연된 가운데 법인세 과세표준(과표)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세제 개편안에 여야가 극적 합의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민주성)’도 시동을 걸게 됐다. 당초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시한 3%포인트 인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법인세 부담이 줄어든 만큼 기업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정부·여당은 보고 있다. 그러나 3고(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내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회 통과

23일 국회는 전날 여야가 합의한 세제 관련 예산 부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합의안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 등과 함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법인세 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마다 1%포인트씩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5%에서 24%로 낮아진다. 앞서 정부는 22%까지 하향 조정한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왔다. 정부·여당이 기대하는 건 ‘낙수효과’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2%)을 크게 웃도는 데다, 38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완화를 자꾸 부자 감세라고 하는데 기업이 이익을 내면 나라에 세금을 내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근로자의 임금도 오른다”며 “법인세를 낮추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정부·여당의 입장을 거들었다. 실제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낸 ‘법인세 감세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릴 경우 대기업(2.7%)과 중소기업(4.0%)의 고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도 각각 6.6%포인트, 3.3%포인트 증가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단기적(1~2년 이내)으로 국내총생산(GDP)을 0.21%, 장기적(3년 이상)으론 1.13% 더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최태원 “무차별적 법인세 인하, 과연 좋은 것일까” 의문

이런 기대의 발목을 잡는 건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각국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법인세 개편 시 내년 투자를 확대할 거라고 답한 기업이 33%에 그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최태원 회장도 “법인세를 무차별적으로 인하하는 게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라며 “세금을 깎아줘도 투자가 안 일어나는 곳에 굳이 (인하)해줄 이유가 있느냐, 이런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인 법인세 인하보다는, 세율 대비 투자효과 등을 면밀히 고려한 ‘맞춤형’ 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 관련 질문에 “인하하지 말라는 건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법인세를 무차별적으로 인하한다, 이게 과연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옛날에는 획일적인 폴리시(정책)으로 효과가 충분히 있었다면 지금은 커스터마이즈(맞춤 제작)돼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지역별로 기업의 형편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법인세율도 맞춤형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괄적인 법인세 인하는 오히려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어떤 때는 굳이 법인세를 안 깎아줘도 되는 것”이라며 “법인세를 깎아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안 일어나는 곳에 굳이 (인하)해줄 이유가 있느냐, 이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