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일단 버티고 보자”...사라지는 카드 캐시백

2023-12-28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15만원 쓰면 15만원 캐시백 드려요” “○○카드 쓰시고 최대 21만원 캐시백 받아가세요” 등 이같은 카드 캐시백을 주는 광고를 많이 접해왔다. 이런 캐시백 이벤트는 처음으로 해당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신규고객이 대상이다. 카드사는 이렇게 돈을 주면서까지 신규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어왔다. 카드사 앱과 홈페이지 등 금융 플랫폼에서 신규 고객들이 유입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모집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고객이 카드사의 주요 타깃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같은 카드사들의 캐시백 이벤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급격한 금리상승기에 따라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마케팅 비용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줄어든 캐시백 이벤트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주요 금융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하면 현금 혹은 현금성 포인트를 캐시백해주는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불과 한 두 달 사이 급격히 줄었다. 토스에서 신용카드 신규 가입 고객 대상 캐시백 이벤트를 제공 중인 카드사는 신한·KB국민·롯데카드 등 3곳에 불과하다. 새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카드별로 5만~13만원의 현금을 돌려주고 있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가 일부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 중이지만, 이는 토스와 제휴를 맺은 신용카드만 대상으로 한다. 캐시백 혜택 규모도 줄었다. 과거에는 최대 20만원 가까이 돌려줬지만, 지금은 최대 13만원까지 캐시백 혜택이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카드사마다 3개 카드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지금은 1~2개로 혜택을 주는 카드 숫자도 줄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를 통한 신규 고객 유치 이벤트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기존 고객 중 최근 6개월간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이벤트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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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우선

한 두달 전까지만 해도 모든 카드사들이 캐시백 이벤트를 통해 신규고객 유치에 나섰다. 포화 상태에 이른 카드 시장에서 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고비용 구조인 카드모집인을 통하는 것보다 온라인 채널을 경유한 카드 모집 비용이 통상 3분의 1가량 적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변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금리 급등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카드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한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연간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7000억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올해보다 1조원 이상 이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2023년 영업수익 규모가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단순 가정하면 이자비용 증가분만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2019년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수익성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준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식으로 자세를 전환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온라인 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6개월에서 2~3개월로 줄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고객 대상 캐시백 이벤트는 단기적으로 신규 고객이 느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혜택만 받고 카드를 해지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고객도 상당한 만큼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 적합한 마케팅 방식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