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전세계 ‘횡재세’ 도입 이어져...우리나라도?

2023-12-29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전세계적으로 일명 ‘횡재세’ 도입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이 일명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전세계에 부는 횡재세 광풍

현재 전세계에 ‘횡재세’ 도입 광풍이 불고 있다. 영국은 지난 5월 전기·가스 업체들을 대상으로 1년간 수익의 25%만큼 세금을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BP와 셸 등 에너지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그 성과가 기술 혁신이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반사 이익이라고 보고 횡재세를 부과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헝가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보험사, 항공사, 유통사, 통신사, 제약사 등에 추가 세금을 걷기로 했다. 부과 규모는 총 8000억 포린트(약 3조원)로, 이 재원은 에너지 요금 안정과 국방비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도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까지 500만 유로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기존 10%에서 25%(애초엔 10%였다가 인상)로 올렸다. 이를 발판으로 140억 유로(약 19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횡재세를 경기 부양에 쓰겠다 것이다. 스페인은 지난 7월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2023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매출이 10억 유로 이상인 대기업이 대상이다. 예상 세수는 70억 유로(약 10조원)인데, 이 재원은 공공주택 건설과 국영철도 무임승차권 발급, 장학금 지급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독일도 횡재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은 2022년 또는 2023년의 수익이 2018~2021년 평균치의 20%를 초과하는 석유·가스·정유업체에 초과수익의 3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연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분위기가 아니다. 미국도 2015~2019년 평균 수익을 초과하는 수익을 거둔 석유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발의했고, 도입 여부를 치열하게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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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가세하나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9월 횡재세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사와 가스공급사의 초과이익에 추가 과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9월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정유사와 은행을 겨냥해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달 29일 양경숙 의원은 과세표준 3천억원을 초과하는 등 이익이 많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초과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과세표준 3천억 원을 넘어서는 기업에 대해 해당 사업연도의 총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소득금액을 20% 이상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 20%의 법인세를 부과하여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조세정책은 ▲포용적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재정투자 재원 조달,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소득·자산 재분배 제고 ▲시장실패 보완 ▲경제의 혁신능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목표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양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사회적 연대 및 통합에 기초해 개인의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고, 청년·여성·장애인·노인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하며,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해야한다는 게 양 의원의 논리다. 처음에는 정유사를 대상으로 삼았던 횡재세 부과 얘기가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의 혜택을 누리는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 의원은 “최근 원유·식료품 등의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유·금융 등 일부 산업 부문이 전례 없는 횡재 이윤을 거둬들이고 있는 반면, 서민들의 경제생활은 힘들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어 “이번 개정안이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당하며,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고 기업의 연대책임을 강화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횡재세 주장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 7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기업의 손익계산서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2021년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법인수’에 따르면 과세표준 3천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은 103개이며, 개정안 통과시 적용대상이 되는 법인 수는 2021년 기준 총 63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