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1년 동안 사라진 567조, 내년엔 찾을 수 있을까

2023-12-30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피 지수가 4년 만에 약세장으로 뒷걸음질쳤다. 2020년까지 3년 연속 이어졌던 '1월 효과'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지수는 올해 연초 대비 25% 하락해 2230대까지 추락했고, 코스닥지수 역시 670대로 주저앉았다. 양대 증시에서 1년 동안 사라진 시가총액만 567조원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고,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 전락하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다.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기업들의 상장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공모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사진=픽사베이

-24.89%와 430조원

올해 코스피 수익률과 한 해 동안 사라진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산이 높았던 탓에 골이 깊었던 것일까.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된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던 코스피는 4년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그냥 약세가 아니었다. 치욕스러운 기록도 썼다. 올해 코스피는 전산화(1987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996년(-26.24%)·1997년(-42.21%) 아시아 외환위기 국면과 2000년(-50.92%) 닷컴 버블 붕괴, 2008년(-40.73%) 세계금융위기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낙폭은 2008년(772.66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741.25포인트)로 컸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9일도 시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3% 떨어진 2236.40에 마감했다. 기다렸던 산타는 마지막 거래일에도 오지 않았다. 전날 23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이날 낙폭을 키우며 2250선도 지키지 못했다. 미국 애플이 신저가를 경신하고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코스피는 올해 그야말로 파란색의 연속이었다. 올해 최고점이 1월 4일(2989.24)일 정도다. 한때 2100선도 위태로울 정도였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은 9월 30일의 2155.49이었다. 코스피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원인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다. 긴축의 가속 페달을 급격하게 밟으며 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과 경제 참여자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끌어올리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올해가 시작되기 직전 Fed 점도표(FOMC 위원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제시한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0.75~1.0%였던 걸 복기해보면 시장 참여자가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할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수퍼 달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을 강타한 이런 충격은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3300선, 높게는 3600선까지 치솟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했다. 이들이 이처럼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에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지수의 자유낙하를 목격한 뒤에야 뒤늦게 눈높이를 낮췄다. 국내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로 예상한다. 치욕의 한 해를 보낸 2022년 말 기준 코스피 시총은 176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6조원(19.8%)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 변동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의 18.68%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SK하이닉스·LG화학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NAVER가 3위에서 9위로 밀렸다. 코스피 등락률은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국가 개국을 포함한 총 27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사진=픽사베이

코스닥은 더 참담

코스닥 시장의 성적표는 더 참담했다. 연초 1033.98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닥은 679.29로 장을 마감했다. 1년 새 34.30% 하락한 것이다. 올해 초 1038.97에 개장한 코스닥은 이후 줄곧 하락했다. 10월 13일 연저점(651.59)을 기록한 이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 조절 기대감에 700대 중반까지 소폭 반등했다가 폐장일이 가까워지자 다시 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315조원으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 출회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 대비 131조원(29.3%) 감소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1.8% 줄었다. 거래량도 10억3000만주로 41.1%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는 매수세를 유지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이끌었다. 올 한 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2000억원, 2조2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8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시가총액 보유 비중 역시 지난해 9.9%에서 올해 9.0%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