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올해 최대의 재테크는 ‘빚 갚기’

2024-01-02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년셜리뷰=전수용 기자] 30대 직장인 A씨. 그는 현재 월급 500여만원을 받으며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다. 그는 아들 둘을 둔 외벌이 아빠다. 최근 그는 전세대출 계약갱신을 하면서 오른 금리에 깜짝 놀랐다. 연초 3%대를 기록했던 대출금리는 4%를 넘어 7%에 육박하고 있었다. 연초에 대출금액이 2억원이었던 그는 연초에 100만원 가량의 이자를 매달 지급했다면 연말부터는 2배에 달하는 200백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당장 가계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월급 500만원을 기준으로 은행에 납부해야 할 200만원을 우선 빼두고, 아이들 학원비, 자동차 관련 비용, 보험, 기본 생활비 등 써야할 곳은 많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용을 줄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해 혹시 몰라 개설해 둔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당분간 갖고는 잊겠지만, 올해도 금리가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활용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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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감소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02조6670억원(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021년 말(910조1049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2003년 이래 처음으로 전년 말 대비 감소세다.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대출금리의 영향으로 불어난 이자 부담의 영향이 컸다. 여력이 되는 대출자는 신용대출부터 서둘러 갚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기준 총 121조588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9%(17조9684억원) 감소했다. 이와 함께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도 연 4.29%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에 ‘빚 갚기’가 최선의 재테크 수단 중 하나가 되고,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상품을 찾아 ‘예금 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배경이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로 봐서는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3.7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계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빚부터 갚는 게 낫다”고 당부했다.

주택매수 신중히

또한 올해 부동산 투자도 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3.5%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올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라면 주택 구매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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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채권’은 주목할 만해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올해 주목할 금융상품으로 채권을 꼽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 기조가 정점을 통과하면 채권 가격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SC제일은행은 ‘투자 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금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종반부에 정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후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채권금리는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므로 현 금리 수준에서 채권 확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개인의 채권 매수액이 늘어난 것도 채권과 같은 현금성 자산의 가치 상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SC제일은행은 미국 달러화에 대해 “향후 6~12개월 관점에선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필요한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분할 매수에 들어가도 좋다”며 “내년 원화가치가 오르더라도, 1200원 후반대가 꼭짓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중요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은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에, 기업 실적 둔화, 유동성 악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많아서다.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올해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로 예상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