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북한 소형무인기 우습게 볼 일 아니다

2024-01-03     백병훈
[파이낸셜리뷰] 한 해를 보내는 새 밑에 북한 소형무인기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 소형무인기는 수도권 영공을 5-7시간 동안 휘젓고 사라졌지만 전방에 배치했던 육군과 해병대의 탐지자산과 각종 대공화기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했다. 김포와 인천공항의 이착륙도 중단됐고, 심지어 요격을 위해 출격하던 전투기마저 이륙 직후 고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만 우리 군은 유, 무인 정찰기를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출동시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찰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했다. 우리 군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들이었다. 이번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서 무인기 비행을 금지하기로 한 남북 간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영공까지 침범한 초유의 군사도발이었다. 문제는 북한이 무슨 목적으로 보냈느냐가 아니라, 우리 군이 왜 못 잡느냐에 있다. 북한의 소형무인기가 2미터 이하의 작은 크기였고, 민간 피해가 우려돼 제대로 발포하지 못했다는 군의 발표는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불과 5대의 소형무인기가 이런 소동을 일으켰는데 수십 대의 소형무인기나, 수백 대의 군집형 드론이 침투할 경우를 상상하면 섬뜩하기만 하다. 반면, 북한의 무인기에 대한 집착과 노력은 눈에 띤다. 공군력 열세에 인공위성 탐지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북한은 한국군과 남한에 대한 군사정보 획득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위성추적기, 카메라, 엔진 등 민간 부품을 다양한 국가에서 들여와 값싼 소형무인기를 대량생산하여 대공사격 표적기, 정찰감시, 자폭용 무인기 등 1,000여 대 이상의 다양한 무인기를 보유한 것이 그 결과물이었음은 물론이다. 평소 무인기에 큰 관심을 보여 온 김정은 위원장의 독려 하에 북한은 전장에서의 효율적 무기체계 운용을 위한 정찰, 첩보수집, 탐지 등의 정보획득과 대지공격, 테러, 화생방 공격, 기만전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소형무인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심지어 작년 북한노동당 제8차 대회는 “국방발전 5개년계획” 중의 하나로 “무인기 완성”을 천명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대남 타격용 각종 미사일, 방사포, 장사정포와 무인타격기에 필요한 정밀정보 확보를 위해 소형, 저속, 저고도, 저소음, 영상송출 기능을 갖춘 무인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대열에 김책공과대학도 참여하고 있다. 소형무인기 침투사건을 “소동”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소형무인기의 정찰활동은 구체적 군사행동에 앞선 준비과정이고, 적과 적국 국민들에게는 심리적 공포감을 안겨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무기나 화학무기를 탑재해 공격해 온다면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 소형무인기의 비행 고도가 한층 높아졌다. 비행시간도 길어졌으며 하늘색으로 색칠해있어 탐지나 타격하기도 어렵다. 작은 크기에 동체에서 발산하는 열이 적어 열상감시장비로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군 관계자가 “지난 26일 다양한 대공포들이 사격하지 못한 것은 기본적으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초 한국군의 대공표적 탐지시스템은 고속, 고고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북한의 소형무인기 탐지에 부적합한 조건을 모조리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에서 북한이 우리의 많은 헛점을 알아차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차제에 우리 군이 왜 탐지, 식별, 타격, 그리고 소멸까지의 단계가 일사분란한 과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타격하여 소멸시키려면 탐지와 식별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므로 탐지자산 확보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소형무인기를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북쪽에서 날아 온 몇 대의 무인기가 실제로는 잔인한 계절의 서막을 알리는 제비 떼 같은 끔직한 존재”라고 경고했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2015. 12. ‘군사’지를 새삼 떠올려 본다.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한국정치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