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자산가들, 저축은행 찾는 이유 ‘셋’

2024-01-06     전수용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지난해부터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에 5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맡기는 큰손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보다 조금이라도 더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예금에 큰돈을 맡기는 고객이 많아지면서다. 저축은행업계는 이같은 기세를 몰아 MZ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고,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 고객인 은퇴자와 자산가를 끌어 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저축은행의 거액예금(5000만원 이상 예금) 잔액은 32조5000억원으로, 1년 전(28조7000억원)보다 3조8000억원 증가했다. 2020년 3분기까지만 해도 10조원대에 머물던 저축은행 거액예금 잔액이 불과 2년 새 두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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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저축은행으로 가는 까닭

저축은행 거액예금이 증가한 첫 번째 이유로는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5.4%로, 1년 전(연 2.25%)보다 2배 이상 뛰었다. 2년 전(연 1.83%)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여기에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과거에는 '저축은행에 큰돈을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KB금융그룹 등 대형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많이 생겨 건전성이 제고되면서 최근 저축은행을 대하는 금융소비자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이 은행 대신 '부실 이미지'를 벗은 저축은행을 찾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면서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돈을 맡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하려는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오는 8월까지 예금자보호 한도를 포함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22년째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오르면 '큰손' 고객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의 전제조건으로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보료는 금융회사가 파산 등 이유로 고객에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예보가 금융회사로부터 받아 적립해 놓는 돈이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은 은행(0.08%), 보험·증권사(0.15%) 보다 높은 0.4%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저축은행 업권의 예보료율이 크게 오른 까닭이다. 업계에선 과거 부실을 일으킨 저축은행들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태고, 현재 저축은행 업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은행권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예보료율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료율 조정 없이 예금자보호한도를 늘리면 오히려 저축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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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위기 놓칠 수 없다

이같은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저축은행업계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다. 그간 저축은행은 은퇴자나 자산가 등 안정적으로 뭉칫돈을 보관할 중장년층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해 연 6.5%의 예금 상품이 등장했을 때는 줄을 서는 중장년층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반면 MZ세대의 이용률은 떨어져 유입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가치 제고를 이어간다. 저축은행별로 연고지에 있는 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 등에 방문해 금융교육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JT저축은행이 지역에 위치한 분당경영교에 방문해 금융교육을 실시했다. 이외에도 OK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을 비롯한 전국 저축은행이 청소년 금융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자사 애플리케이션의 편의성을 높이고 '젊은 감성'을 입혀 친숙한 이미지로 접근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디지털 뱅킹에 집중하고 있는 곳은 웰컴저축은행이다. '웰컴디지털뱅크' 앱을 통해 '직장인 사랑 보통 예금'과 같은 맞춤 상품을 출시해 20·30세대의 유입을 노리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디지털 금융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잠재고객군에서 주요 고객군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MZ세대의 소비생활과 금융자산을 고려해 맞춤 서비스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와 상상인저축은행의 '상상인 디지털뱅크' 또한 젊은층의 유입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사이다뱅크는 지난해 수신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으며 상상인저축은행 또한 고금리 예금 상품으로 영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MZ확보에 이어 기존 고객 지키기 또한 병행한다.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리점들은 관련 인력 추가 투입과 리모델링 등을 통해 영업창구의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또한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시니어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코너는 모바일 저축은행 정기예금 가입, 보이스피싱 예방, '큰 글씨 뱅킹서비스' 등을 홍보해 금융교육과 모바일 뱅킹 유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점 또한 서비스를 강화해 모바일 접근이 어려운 고객층을 확보할 계획”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