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KB국민은행 직원의 ‘일탈’...저축은행에선 ‘만연’

2024-01-12     전수용 기자
금융감독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최근 KB국민은행의 일선 영업점 직원이 이른바 ‘작업대출’임을 알면서도 120억원에 달하는 큰 자금을 불법대출해 논란을 일었던 바 있다. 이같은 은행과 일명 업자들의 ‘작업대출’ 정황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일상화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부터 OK, 페퍼, 애큐온, OSB 등 5개 대형 저축은행에서 1조원이 훌쩍 넘는 대규모 불법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대출 조직이 서류를 위·변조해 저축은행들로부터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냈는데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위·변조 사실을 알고도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상외 5개 저축은행서 1조 2000억언 규모

12일 금융감독원은 사업자 주담대 잔액 상위 5개 저축은행에서 1조 2000억원 규모의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 취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불법 작업 대출이 이뤄진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해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 2019∼2021년 사이다. 금융사와 계약하고 대출 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대출모집인을 낀 작업대출 조직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개인에게 접근해 세금계산서 등의 서류를 위·변조해 정상 대출로 위장하는 식으로 사업자 주담대를 받아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저축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대출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실제 사업 여부와 서류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무엇보다 저축은행이 불법 소지가 있음을 알고도 대출을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저축은행들은 자산 순위 기준 업계 1위 SBI, 2위 OK, 4위 페퍼, 6위 애큐온, 11위 OSB 등 비교적 규모가 있는 대형 저축은행이다. 금감원은 이들이 외형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저축은행 전체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현재 5개 저축은행 작업대출 잔액은 9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총 여신(116조 3000억원)의 0.8%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작된 서류는 누가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하다”며 “저축은행들이 몸집을 키우려고 위·변조 사실을 알고도 작업대출을 눈감아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사례 살펴보니

이번에 금감원에 적발된 작업대출의 유형은 ▲차주 기존 가계주담대 선상환 및 대출 서류 위·변조 ▲가계주담대 규제회피 및 작업대출 혼함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의 경우, 차주가 이미 보유한 타 금융사 가계주담대를 모집인 등이 차주 대신 전액·일부를 상환하고, 차주는 사업자주담대 실행 후 모집인 등에게 금전을 상환하고, 모집인 등은 대출금 사용증빙을 위·변조해 저축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의 경우, 주택구입에 사용된 기존 대부업체 가계주담대를 저축은행의 사업주담대로 상환할 수 있도록 사업자주담대를 실행한 이후, 대부업 대출 상환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사업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도록 모집인 등이 서류 위·변조 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업대출 등 불법 영업에 대출모집인이 반복적으로 끼어드는 것을 심각하게 보고 저축은행중앙회와 ‘개인사업자 관련 작업대출방지를 위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기준 표준(안)’을 제정해 시행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