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비료 그리고 정복국가

2024-01-16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농사를 짓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리시설, 노동력 그리고 지력(地力)이다. 수리시설이나 노동력은 인간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지만 지력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19세기 화학물질로 비료를 만들기 전까지 인간은 지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복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지력(地力)은 인류 역사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4대 문명 탄생 비밀

4대 문명은 이집트 문명의 나일강, 메소포타니아 문명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더스 문명의 인더스 강, 황화 문명의 황하 유역 등을 말한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강물 범람이다. 그리고 범람으로 인해 그 일대가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가 땅을 덮는다. 이 덕분에 유기물과 미네랄 등이 쌓이게 된다. 즉, 씨앗만 뿌리고 가만히 있어도 농산물이 생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하간은 적색에 가까운 황토색인데 여러 가지 유기물이 섞여 있어 범람하면 액체 비료가 곳곳에 쌓이게 된다. 고대 나일강은 범람하면 흙이 검게 변했다. 그만큼 비료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농산물 생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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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가 정복국가가 된 이유

반면 로대 로마의 경우 정복국가로 유명하다. 정복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력 때문이다. 고대 로마를 지탱하는 군사력은 ‘자영농’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영농이 군대에 편입될 수 잇었던 이유는 ‘지력’ 때문이다. 한 농지에 경작을 하고 나면 2~3년 동안 해당 농지를 묵혀야 했다. 자영농 입장에서 농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을 통해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고대 로마는 자연스럽게 정복국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고대 로마에서 정복한 땅이 점차 넓어지고, 노예가 유입이 되면서 자영농의 몰락이 이어졌다.

고구려 정복국가로 나선 것은

고구려는 정복국가이다. 그 이유는 산악지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력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남의 땅이나 재산을 빼앗을 수밖에 없으면서 정복국가가 된 것이다. 특히 한강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그 이유는 한강만큼 지력이 높은 지역이 한반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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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생산으로

이런 것이 19세기 화학물질로 비료가 생산되면서 지력 걱정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땅의 산성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집트의 경우 나일강이라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완 댐의 건설로 더 이상 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로 인해 지력이 약해지면서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점차 화학비료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면서 땅의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에 따라 나일강 주변의 농사가 고대 이집트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가장 비옥한 농토로 꼽히는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초르노젬을 꼽는다. 초르노젬은 비료가 없어도 농업생산력이 풍부할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