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꽁꽁 얼어붙은 대한민국, IPO 시장은 ‘빙하기’

2024-01-25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설연휴가 끝나고 출근 첫날인 25일. 시민들은 꽁꽁 얼어붙은 집밖으로 나서게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17도, 체감온도는 27도 가량 된다고 한다.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은 살을 에이는 듯한 차가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4조원의 몸값을 자랑하던 마켓컬리가 돌연 상장 연기를 하고 기대하고 있던 주요 대기업 소속 계열들의 IPO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이어져 온 고금리 영향에 자금 유동성이 여유치 못하게 되면서 주식시장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올해 들어 첫 상장 연기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마켓컬리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IPO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지난해 3월 마켓컬리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같은 해 8월 22일 통과했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적자와 불안정한 지분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10월에는 상장 철회설까지 돌았다. 이후에도 시장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자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의 몸값은 한때 4조원대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1조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다만 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공모 절차를 완료해야 하므로, 향후 재상장을 위해서는 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고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이를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줄줄이 이어지는 IPO 연기

올해 상반기 IPO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케이뱅크와 골프존카운티의 상장은 사실상 상반기 내 진행이 어려워졌다. 상장 철회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 곳 모두 증권신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해 8월 22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만큼 다음달 22일까지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한다. 심사효력 기간 내 공모를 진행하려면 지난 18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KT의 손자회사인 케이뱅크도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를 위해 지난 6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와 관련, IB 업계에서는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확정돼야 이후 상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단계이나, 이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다만, 11번가 측은 “상장 일정 변경이 확정된 건 아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IPO 미루는 이유는 역시 ‘머니’

이처럼 기업들이 IPO를 미루는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주식 시장 침체로 공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공모가가 낮아지면 기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최근 신영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공모가가 하단 이하에서 정해진 비중은 40%대로 2021년 13.6%에서 크게 높아졌다. 대다수 기업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철회공시를 한 기업만 13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유가·금리 인상 등 각종 외적인 변수에 의해 부진했고, 또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IPO 추진 기업들이 시기 조정을 위해 공모 철회를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잰 등 각종 우려될만한 변수들이 여전한 만큼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