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1960년대 ‘빈곤’ 농업국가에서 공업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추진하던 박정희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6명(1960년)이 넘는 인구증가를 감소시키기 위해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구호와 같이 인구대체수준인 합계출산율 2.1명을 목표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전두환 정부 초기인 1983년 합계출산율이 2.06명으로 떨어지는 큰 성과를 거두면서 가족계획을 중단하자는 담당 부처의 의견이 있었으나 정부는 1996년 합계출산율이 1.6명 이하로 떨어진 후에야 가족계획 중단을 결정했다.
1983년 당시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산아제한을 중단하고 출산장려로 인구 정책을 변경할 타이밍을 놓친 결과 20년 후인 2002년부터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저출산이 초래할 인구감소의 문제점을 가장 잘 인식하고 중장기 대책을 강구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 최저가 된 2005년 5월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기본법’을 제정하였고, 그 해 9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는 인구감소(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 예측) 문제에 대한 10-15년 중장기 대응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대응이 지체될 경우 저성장과 분배악화가 심화돼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 안정기반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장기 국가발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세계화 등 장기·구조적인 도전에 대응하면서 한 세대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 장기 국가발전 계획 ‘비전 2030-함께 가는 희망한국’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전 2030’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정덕구, 이광철 의원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유승민, 이한구의원 등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정권교체와 함께 폐기됐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의 기준점인 1.3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2년이고, 그 이후 한번도 1.3명을 회복하지 못한 채 20년이 경과했다.(코이아이(주), 대한민국 붕괴 p.111)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 시행이후 2021년 까지 16년 간 198조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1.12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정점으로 급속 하락하여 2021년 0.81명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세계 유일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의 국가가 되었고, 이제 일본에 이어 저출산에 의해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 두 번째 인구 위기 국가가 됐다.
최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교원 감축, 지방대학교 폐교, 청소년소아과 진료중단, 지역소멸, 군 입대 신병부족 등이 심각한 사회이슈로 등장했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았던 2021년은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한 첫 해로 인구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할 변곡점에 와 있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국 경제가 지속성장하고 번영하는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장기 국가발전계획 수립이 긴요하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인구·가족문제 전담 행정부처(가칭: 인구가족처)와 인구문제연구원 신설 및 재정지원 확대 등 인구감소 해결의지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젊은이들이 비혼, 무자녀 보다는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기업, 시민·종교단체 등 국민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해 인구감소 추세를 반전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