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지난해 ‘세수 풍년’...올해는 “씁쓸”

2024-01-31     전수용 기자
국세청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지난해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수 증가로 52조원이 넘은 초과세수가 걷히면서 ‘세수 풍년’을 기록했지만, 경기 둔화 여파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위축 등으로 지난해 자산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대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이 기업 등 실물경제에도 점진적으로 파급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는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수 오차율 21년만에 ‘최저치’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세수입 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52조원 증가한 39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5%(51조9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기업 실적 호조의 영향으로 법인세(103조6000억원)가 33조2000억원 늘었다. 법인세는 전년도(2021년) 실적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이라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실적 둔화는 이번 세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고용 증가와 경기 회복이 이어지며 소득세(128조7000억원)도 14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세가 10조2000억원, 종합소득세가 7조9000억원 각각 늘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부가가치세가 10조4000억원 증가했고, 관세도 환율 상승과 수입액 증가의 영향으로 2조1000억원 늘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지난해 고지세액(7조5000억원)은 전년보다 줄었으나 2021년 종부세 분납분이 늘면서 전체 세수는 7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감소에 따라 1년 전보다 4조5000억원 감소했다. 증권거래세 역시 주식시장 거래 위축의 영향으로 4조원 줄었다.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어지며 교통세와 교육세가 각각 5조5000억원, 5000억원씩 감소했다. 이러한 세수 실적은 정부의 최종 예상치(396조6000억원)를 소폭 밑돈 수준이다. 덕분에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세수 추계 오차율은 2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 ‘불명예’를 1년 만에 만회한 셈이다.

문제는 ‘올해’

문제는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영향력이 올해부터는 자산시장을 넘어서 실물 경기 위축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기 위축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도 정부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지난해(104조1000억원)보다 9000억원 늘어난 105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예상만큼 걷힐지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9조98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분기 5조1200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9% 급감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4조1926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이, 3분기에 1조6556억원으로 60.5% 감소했다. 심지어 작년 4분기에는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태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1조8575억원, 영업이익이 6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0.7% 줄었다. 철강 역시 시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4분기에 제품 가격 하락에 침수 피해 복구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영업손실 4000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제철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전년 동기보다 96.78% 급감한 257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지만, 산업계 전반으로 침체의 그림자가 지고 잇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영향에 따른 수요 둔화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동산 냉각기 장기화로 부동산 관련 세수도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임금 인상 폭이 줄어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