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횡령·횡령·횡령...금융권 새해 최대 이슈는 ‘내부통제’

2024-02-01     전수용 기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유난히 많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비롯해 금융당국이 연이어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5천만원 이상 횡령, 금융사 대표 6개월 직무정지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5천만원 이상 횡령한 경우 해당 금융사 대표자의 직무를 6개월 정지하는 등 금융사 내부통제와 책임을 크게 강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금융사들의 횡령사고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사고로 인한 피해금액도 2017년 144억원 수준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에는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 올해 8월까지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불법행위 등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로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횡령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등 최근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회사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금융사 대표자 등 임직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과 5대 시중은행 대표들도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잇따른 위원들의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와 대책 촉구 지적에 대해 제도개선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에 양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중대 금융사고 기준을 마련했고 ▲중대사고 발생시 해당 금융사➝금융위원회➝국회 상임위에 금융사고 발생경과 및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금융사 대표자 직무 최대 6개월 정지 ▲중대 금융사고 방치시 최대 1억원 과태료 부과 등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중대 금융사고 방지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제30조의2 제1항 2호를 신설해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5천만원 이상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경우”를 ‘중대 금융사고’로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모호했던 ‘중대 금융사고’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양정숙 의원은 “이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금융회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어 “매년 반복되는 횡령사고에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되었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정(自淨) 노력은 고사하고 금융당국마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입법적 제도 정비를 시작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금융위원회·국회가 함께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은 관련 기관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당국도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

금융당국도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조만간 내부통제와 관련한 법 개정에 나선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및 감독 의무가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이들이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책임을 다루는 방안도 함께 개선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사들이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기록하는 ‘책임지도’를 만들 때 당국과의 협의 및 승인을 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분기를 목표로 지배구조법 개정안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부터 운영하며 관련 세부 작업을 시행해왔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TF 중간결과 발표를 통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에 대한 현행 규정을 명확화·구체화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이사회에 대한 내부통제 감독의무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금융사가 마련해야 하는 내부통제 기준뿐 아니라 업무에 대해 어떠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명확화·구체화하고, 각 업무영역(책임범위)별로 금융사고의 발생 방지조치를 취할 임원을 지정하되 사고 발생시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됐다면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인센티브 방안을 도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여기에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의무가 내부통제 영역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 지배구조상 견제와 균형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당국은 이사회의 경우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법률 규정에 이사회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사회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사회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이사회 처벌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사회의 권한이 커지는 만큼 이에 따른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 이에 따른 추가 조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나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고위경영진이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배분하는 ‘책임지도’ 제도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업권이 세부안에 대해 논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각 금융사들이 책임지도를 만들 때, 이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을 금융감독원과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금융위로부터 승인받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금융위 승인을 놓고 찬반 의견이 양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제재 마인드를 두고 개정안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가 자신들의 의무에 대해 자각을 하고,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