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2월 8일 이병철 도쿄선언

2024-02-08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3년 2월 8일은 故 삼성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이른바 도쿄선언을 한 날이다. 당시 국민적 반대가 심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면서 오늘날 세계 유수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났으며 우리나라 수출 1등 효자 상품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반도체 시장은 다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도쿄선언

이날 이병철 회장은 “우리는 왜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 국가와 국민,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면서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사실 삼성의 반도체 산업 진출은 처음이 아니었다. 1974년 이병철 회장의 3남 故 이건희 상성그룹 회장이 반도체 산업 진출을 위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경영위기를 맞았다. 당시 삼성반도체는 트랜지스터 생산 정도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반도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미국,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병철 회장은 1982년 암 수술의 고비를 넘기자 보스턴 대학교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 수여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는데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일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일본이 자동차, 반도체 등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 가는 것을 보았고, 삼성도 새로운 사업 즉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에 도쿄선언을 한 것이다.
이재용

국민적 조롱 하지만 뚝심으로

하지만 여론은 그야말로 조롱 일색이었다. “3년 안에 실패할 것이다” 혹은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는 초고밀도집적회로(VLSI)는 커녕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였기 때문이다. 사실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경영철학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반도체가 딱 맞는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대규모로 투자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삼성은 이에 첫 번째 메모리 제품 사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D램을 선택했다. 당시 세계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64K D램 개발을 그 해 5월부터 착수한 결과 12월1일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일본에 비해 10년 이상 벌어졌던 기술 격차를 단숨에 4년 정도로 줄였다. 도쿄선언 1년여만인 1984년 5월 17일에는 삼성반도체 기흥 1공장의 준공식도 열었다. 국내 최초, 국제적으로 세 번째 반도체 생산국이 탄생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93년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라섰고, 계속해서 ‘세계최초’ 타이틀을 유지했다. 아울러 현재에도 삼성은 D램과 낸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2천억원 수준으로 겨우 적자를 면하자 시장 곳곳에서 삼성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올해 시설투자 규모도 지난해(53조원)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키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약 3만 평 규모로 기흥 R&D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