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盧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2024-02-08     어기선 기자
2003년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탈당 후 창당설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존경하는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데, 너무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어요.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당을 새로 만들어야 된다’ 노 전 대통령은 그거 실제로 했잖아요”고 발언하면서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재조명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후원회장에서 사퇴했던 신평 변호사가 윤 대통령이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되자 이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꺼내온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와전됐다는 것이 후대의 평가다.

한총련 5.18 시위 등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21일 청와대에서 5·18행사 추진위원들에게 했던 말이 바로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정확한 발언 내용은 한총련 등이 당시 시민사회단체가 시위를 격렬하게 한 것에 대해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면서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는 5.18 기념재단 이사장인 강신석 목사 등 5.18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총련 학생들에 대한 선처 요청에 답변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 말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어른들도 젊은 사람들이 잘못하면 호되게 나무랄 줄 알아야 한다”면서 “젊은 사람들 주장에 일리가 있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면 사회를 어떻게 꾸려가자는 얘기냐”고 따졌다. 이어 전교조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반대 연가투쟁을 선언한 것에 대해 “자기 주장을 갖고 국가 기능을 거부해 버리면 국가 의사결정 절차가 무슨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뉘앙스는 완전히 달라져

하지만 당시 언론에서는 앞뒤 다 잘라먹고 “대통령직 못해먹겠다”고만 기사화가 되면서 마치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처럼 묘사를 했고,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 등과 연결되면서 와전이 됐다. 게다가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각종 패러디물을 양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으로서 사회적 혼란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