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코렁탕

2023-02-10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코렁탕은 우리나라 정부와 관련한 블랙코미디로 ‘코로 먹는 설렁탕’이라는 신조어다. 군부독재 시절 자행되던 고문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검찰의 소환 조사 등을 ‘코렁탕 먹는다’로 빗대서 만들어졌다. 군부독재 시절 고문이 실제로 가해졌고, 고문을 동반한 수사를 할 때 주로 ‘설렁탕’을 시켜먹었기 때문에 ‘수사기관’=‘설렁탕’이 떠오를 정도가 되면서 ‘코렁탕’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회 현상이 접목돼서 나타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때는 오야코동

사실 수사기관에서 설렁탕을 먹이는 기법은 일제강점기 때로 넘어간다. 일제 당시 고동경찰 형사들은 수사를 할 때 종종 오야코동을 배달시켜 먹였다. 오야코동은 달착지근한 국물에 졸인 닭고기에다 계란을 풀어 넣어 익힌 후, 밥 위에 얹어 먹는 일본의 대표적 덮밥(돈부리) 요리이다. 흔히 가정식 덮밥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가정식 덮밥을 먹으면서 가족을 떠올리게 되면서 마음이 느슨해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술술’ 진술하게 된다. 그것을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접목하면서 ‘오야코동’ 대신 ‘설렁탕’이 됐다. 우리 국민은 따뜻한 쌀밥에 뜨끈한 고깃국물을 먹으면 집 생각이 나기 때문에 ‘술술’ 진술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야간통행금지’와 연결돼 있다. 야간통행금지는 전두환 정권 때까지 이어져 왔다. 밤에는 돌아다닐 수 없으니 식당도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예외인 식당이 있다. 바로 설렁탕집이다. 그 이유는 24시간 계속 불을 지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설렁탕집 운영은 예외로 뒀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밤에도 피의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피의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 설랑탕집에서 설렁탕을 배달 시키는 것이 관례가 됐다.

때로는 짬뽕 국물로도 고문을

하지만 실제로 고문 중에는 수건을 얼굴에 덮고 고춧가루를 풀은 물을 들이부어 고문을 하는 방법이 있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한지를 얼굴에 덮고 물을 붓는 고문이 있었다. 이를 도모지(도무지의 유래)라고 불렀다. 이것이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얼굴에 수건을 덮고 고춧가루를 풀은 물을 들이붓는 고문으로 변질됐다. 그런데 때로는 설렁탕에 딸려 배달되는 깍두기 국물을 붓거나 또 다른 배달음식인 짬뽕 국물을 붓기도 했다. 실제로 故 김근태 의원의 수기 남영동에 보면 이근안이 코에 짬뽕을 부어 폐기종을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코로 설렁탕을 붓는다고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코렁탕’이다. 코렁탕은 수사기관과 연관되면서 오늘날에도 ‘코렁탕 먹는다’는 말이 수사기관에 소환돼서 조사 받는다는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