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역대급 돈잔치에 금감원 칼 빼든다

2023-02-15     전수용 기자
이복현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과도한 성과급과 관련해 ‘그들만의 리그’였던 기존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이 원장은 금감원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임원회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감독당국에서도 은행이 국민경제의 건강한 작동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권의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감독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고금리로 인한 ‘이자 장사’, ‘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것은 결국 은행 과점 체제 탓이라 보고 이를 완전 경쟁으로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과점을 막기 위해 경쟁을 촉진 시킨다면 금융소비자 측면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러려면 새로운 은행에 대한 인허가 등을 놓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경제적 편익에서 개방된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5대 은행이 과점 체제를 이용해 마치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성과급이든 배당이든 하는 분위기가 있어 과점의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5대

도대체 성과급 규모 어떻길래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이 1조38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은행권의 성과급 뿌리기가 이른바 ‘역대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022년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전년 1조193억원에서 3629억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사이 성과급 총액이 35%가량 증가한 것이다. 성과급 규모는 농협은행 6706억원, KB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7억원, 하나은행 1638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 중 2021년 대비 2022년 성과급 총액 상승분이 가장 많았던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그 규모는 1534억원이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임원 1인의 2022년 성과급은 국민은행이 15억78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의 직원 1인이 받은 최고 성과급이 2천 3백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68배 차이가 났다. 통상적으로, 당해연도 발생 성과급은 이듬해 성과평가 확정 후 지급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022년 성과에 따른 5대 시중은행 2023년도 성과급은 사상 최대 규모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운하 의원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 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잔치’를 벌인 것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의원은 이어 “경기 침체로 은행 경영이 어려울 땐 공적 자금까지 투입했던 전례와 다르게,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상생금융 대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선배‧동료 의원과 함께 은행권 성과급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