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서민금융상품, 성공 열쇠는 ‘공정금리 도입(?)’
2024-02-20 전수용 기자
대출금리와 연체율은 비례한다
‘햇살론15’ 대출대상자는 ‘새희망홀씨’와 동일하다. 하지만 20% 이상 고금리 대출 이용이 불가피한 최저신용자를 위해서 일반보증 700만원 또는 특례보증 1400만원 이내에서 연 15.9%의 대출금리로 3년 또는 5년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의 국민행복기금 보증 서민금융상품이다. 이 대출상품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49만2818건 금액으로는 4조99억원이 신청돼 신청금액의 97.2%인 3조8965억원이 대출됐다. 2021년 1건 1천만 원이 신청된 대출만 취급한 한국시티은행을 제외하고 14개 은행이 골고루 대출을 실행한 결과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국민행복기금이 대출금연체에 따른 보증사고를 원인으로 금융기관에 대위변제한 금액이 무려 1조237억원(2020년 761억원, 2021년 3천454억원, 2022년 6천22억원)이나 되었고, 이에 따른 대위변제율은 11.2%에 달했다. 이같은 대위변제율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의 2022년 12월 신용대출 연체율 10%보다 높은 수치이다. 양정숙 의원은 “높은 금리에 따라 부실률도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최근 연 15.9% 금리로 출시한 ‘최저신용자특례보증대출’ 상품도 햇살론15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도록 금리산정 및 연체율 관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최저신용자특례보증대출’ 상품은 지난해 9월 29일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이면서 연소득 4천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로 ‘햇살론 15’등의 이용이 어려운 자를 대상으로 최대 1천만원까지 연 15.9% 금리로 대출 가능한 상품으로 지난해 말까지 총 3만4천명에게 1천2억 원을 대출해 목표 대비 167%를 달성했다.‘새희망홀씨’ 대출, 취급 은행 확대 필요
‘새희망홀씨’ 대출은 연소득 3천500만원 이하이거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 서민을 위한 순수 신용대출 상품이다. 연간 3천만원 이내에서 연 10.5% 이하의 금리가 적용되며, 지난 5년간 총 15조4909억원이 대출됐다. ‘새희망홀씨’ 연금리는 최대 10.5%이지만 이 상품을 취급하는 15개 은행의 평균 금리는 연 7.1%였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평균 연체율은 2.6%에 불과했다. 이같은 수치는 국내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 및 연체율과 비교했을 때 신용등급 5~6등급의 평균 대출금리 6.13%, 평균 연체율 2.38%에 견주어 비슷한 수준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저신용·저소득 서민이 시중은행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제도로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양정숙 의원은 “금융당국이 저신용·저소득 서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 금융상품을 잘 설계해서 내놓는다면 서민경제 안정화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새희망홀씨’ 대출상품의 취급 은행의 확대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공정금리’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잇돌대출’
‘사잇돌대출’은 14개 은행(현재는 4개 저축은행이 추가되어 18개 은행에서 취급)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통해 연소득 1천5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 또는 1천만원 이상 사업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중신용 서민 대상 상품으로 2천만원 이내에서 연 6~10% 내외 대출금리로 최대 60개월 동안 원금 또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이다. 이 상품은 차주가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는 경우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이 보험금을 대출 은행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위변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지급보험금 비율이 평균 0.04%(2018년 0.1%, 2019년 0.05%, 2020년 0.03%, 2021년 0.02%, 2022년 0.01%)로 정책서민금융상품 중 부실화율이 가장 낮다. 양정숙 의원은 “저명한 경제학자 루이지 파지네티에 따르면 이자율은 임금 상승률을 넘어서지 않아야 공정하다”면서 “현행 대출금리 산정방식은 매우 불공정하기에 금융당국은 ‘공정금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정숙 의원은 “이번 대출상품을 통해 대출금리를 낮춰서 부실화율을 낮추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회사에 훨씬 이익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공정금리’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공정금리’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정금리’ 문제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봐야 되기 때문에 생각이 정리되면 보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아울러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분야 종합질의에서 금융회사도 일종의 기업과 같은 회사인데 모든 행태를 개입하고 가격까지 규제에 개입하는 것은 전체 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규제 정책을 쏟아 내놓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양 의원은 “ 불과 2~3개월만에 정부의 금융정책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다며, 서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금융정책에 대하여 현 정부는 무지(無知)를 넘어 무능(無能)을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권의 기존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부실화율 비교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한 만큼 금융당국은 금리정책에서 ‘공정금리’제도 도입 검토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