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꼰대

2024-02-24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내셜리뷰=어기선 기자] 신입사원이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글이 올라오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아침마다 회사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입사한 지 보름 정도 된 신입사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들고 출근하는 것을 안 좋게 보면 ‘꼰대’냐고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물론 꼰대라고 비난한 글들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꼰대의 문제가 아니라 A씨의 성격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꼰대의 출현

사실 ‘꼰대’라는 용어는 ‘세대갈등’과 맞물린다.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 벽화에 적힌 문구를 해석해봤더니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고 적힌 것은 유명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의 꼰대는 다소 독특한 경향이 강하다. 꼰대라는 용어는 원래 나이가 많은 사람을 지칭했던 은어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꼰대의 의미가 점차 변질되기 시작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 혹은 문화적 보수주의자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용도로 사용되면서 꼰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그리고 그 유행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세대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점차 꼰대 용어가 정치권에서도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금전적 의미의 꼰대에서 정치적 의미의 꼰대로

우리나라에서 꼰대는 세대갈등을 담고 있다. 그것은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산업화도 100여년 이상이 걸렸고, 민주화 역시 100여년 이상이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 과정 속에서 ‘꼰대’의 의미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 1980년대 이전까지의 문학작품 등을 살펴보면 ‘꼰대’의 의미는 구두쇠 노인의 의미가 강했다. 그것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세대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산업화 이전 즉 농경사회 시절 경제관은 ‘근검절약’을 내세웠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했고, 씨를 뿌리고 쌀을 거둬들이기 전까지는 보릿고개 등으로 인해 식량 절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더 이상 근검절약이 미덕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경제적 소비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그들에게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노인들은 ‘꼰대’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주의가 점차 정착되는 상황이 됐다. 그 이전까지의 삶을 산 사람들에게는 수직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에 충성하고 회사 내에서는 상위 조직에 충성해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시대에서 더 이상 국가에 충성하거나 회사 내에서 상위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직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꼰대’로 취급하게 된 것이다.

방어적 의미의 꼰대로

다만 최근 ‘꼰대’의 의미는 방어적 의미가 강하다. 즉, 자신의 생활 습관 등등에 대해 간섭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내세우는 방어적 무기가 ‘꼰대’이다. 이는 MZ세대가 ‘개인주의’로 흐르면서 그에 따라 ‘꼰대’라는 표현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무조건 ‘꼰대’라고 규정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 산업화 시대의 꼰대나 민주화 시대 꼰대는 사회적 성장을 위한 성장통 정도였지만 최근 제시되는 꼰대는 개인주의의 발현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