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크림 소송’ 패소에 실적난까지…고민 깊어지는 김신號 SK증권

손배소송 2심 패소, 60억원 배상…“객관적 사실관계 반영 안돼, 납득할 수 없다” 지난해 실적 전년比 약 97% 감소…향후 전망도 ‘먹구름’

2024-03-06     이창원 기자
SK증권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지난달 하나금융투자(現 하나증권) 등과의 ‘마유크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판결에서 패소한 SK증권(대표이사 김신·전우종)이 실적난까지 겹쳐지면서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또한 SK증권에 대한 시장의 잇따른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마유크림’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 경영권 확보를 위해 SK증권과 파트너십을 맺은 워터브릿지파트너스와 사모펀드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최근 ‘마유크림’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며 수십억원을 물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SK증권은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하나증권, 애큐온캐피탈, 호반건설, 리노스 등 원고가 항소한 소송에 대한 2심 판결에서 패했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측의 투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부재, ‘마유크림’의 레시피권 귀속 주체 및 분쟁 유무 등에 대한 고지 부재 등을 언급하며 SK증권의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2심 판결에 따르면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원고인 하나증권 등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50%에 해당하는 60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한다. 앞서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5월 이른바 ‘연예인 화장품’으로 유명했던 ‘마유크림’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 지분 100%를 12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증권 등 4개사는 사모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지만, 부진한 실적 속에 2018년 6월 결국 SK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서는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사모펀드의 GP(무한책임사원)가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은폐하는 등의 행위에 이르지 않는 한 적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2심 판결에서 1심 판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SK증권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SK증권은 2심 판결에서 ‘한한령’ 등 요인이 반영되지 않았고, 비앤비코리아에 대한 매각 가치 상승 등 ‘객관적 사실관계’가 간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난까지 ‘잇따른 악재’ SK증권…희미해지는 SK그룹 ‘후광효과’

이와 같이 복잡한 ‘소송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SK증권의 실적 상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SK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508억149만원) 대비 97.1% 감소한 14억6309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전년(414억3165억 원) 대비 96.7% 감소(13억4859만원)했다. 금리인상, 증시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국내 자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분석된다. 보다 큰 문제는 SK증권의 향후 전망도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시장 지위가 크게 약화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에는 SK증권의 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낮췄고,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의 실적 악화 지속시 ‘A0’ 등급으로 하락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평가 배경에는 높은 고정비 부담 지속, 수익성 저하, 재무안정성 부담(중‧후순위 부동산금융, 자회사 지원 등) 등이 언급된다. 또한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을 올해 신용등급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SK증권은 ‘마유크림’ 관련 1심 판결 결과를 뒤늦게 공시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지난달 20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여부, 부과벌점, 공시위반제재금 등을 결정할 방침이며, 심의 결과에 따라 SK증권은 주식거래 매매 정지(부과벌점 10점 이상, 지정일 당일 1일간)될 가능성도 있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SK그룹과의 계열 분리 이후 누려오던 ‘후광’효과가 약해지고 있고, 당장 내년까지만 SK증권 사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 SK증권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계열사 IPO에 인수회사로 참여해왔지만, 지난해 SK쉴더스 IPO의 인수회사, 원스토어 IPO의 공동 주관사를 맡았던 부분들이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SK증권의 파트너인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불안한 지점이다. 특히 최근 금융 시장 환경 속에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