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高금리 시대’, 자영업자‧가계 대출 감소···산업대출 217조원 증가 ‘역대 최대’

고금리‧대출 심사 강화 등 자영업자 부담↑···‘돈줄’ 막힌 기업 대출 수요 지속 한은 “기업대출, 회사채 시장 위축 반사 효과”···이복현, 금융시장 구조 개선 재차 강조

2024-03-08     이창원 기자
지난해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이른바 ‘고금리 시대’ 속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폭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기업의 대출 수요는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산업대출 증가폭(연간 기준)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별 대출 잔액은 1797조7000억원(연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217조원(1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별 산업대출 증가폭은 1분기 63조9000억원, 2분기 68조4000억원, 3분기 56조6000억원, 4분기 28조원이다. 연말로 갈수록 증가폭이 감소한 배경에 대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서비스 자영업자의 대출이 급증했지만, 하반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관련 투자도 둔화되면서 자영업자의 대출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난해 고금리에 대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가계대출이 7조8000억원 감소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자도 고금리와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 등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은 약 117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직전년도(2021년) 증가폭(9조6000억원)보다 축소됐다. 다만 연간 기준 산업대출 증가폭이 ‘역대급’으로 기록된데에는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지속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는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등을 찾으면서 대출 수요가 이어졌지만, 금융기관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대출 태도를 강화하면서 증가폭은 이전보다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도 “지난해 연간 기업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가계대출은 줄어든 것은 기업대출 규제가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며 “기업의 주된 자금 조달 창구였던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반사 효과로 금융기관 대출이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융기관의 대출건전성 관리 강화,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금 일시 상환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증가폭은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 구조 개선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고금리 등에 따른 ‘고통’이 소비자에게만 전가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이날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역사회-지방은행의 따뜻한 동행’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은행 개선 관련) TF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은행 중심의 건전성 시스템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면서, “은행의 (이익·성과급 등) 단순히 숫자 차원으로 보는 것이 아닌, 경제적 고통이 소비자에게만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시장 구조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은행도 이런 정책 기조에 공감해주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