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 경제리뷰] 아쉬운 천재 주유와 LG전자의 휴대폰
2024-03-16 전완수 기자
※ 본 글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쓰여졌으며 간혹 정사를 비롯한 그 외 자료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리뷰=전완수 기자]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지도 꽤 되었다. 지난 1995년 시작했던 모바일 사업은 재작년 7월 말 생활가전과 전장사업, 로봇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한때는 감성적 디자인의 일명 초콜릿폰, 프라다폰으로 텐밀리언셀러 휴대폰 제조사가 되며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는 등의 전성기를 누렸던 LG전자였지만 2007년 한 사내의 청바지에서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부터 힘을 잃었다. 이 모습은 마치 강동 내에서는 따를 자가 없는 천재였던 주유가 자신보다 6살 어린 희대의 영걸 제갈량을 만나고부터 두려움과 질투감에 점점 시들해지는 것과 비슷하다.주유
주유는 손책이 유언으로 “내부의 일은 장소에게 묻고 외부의 일은 주유에게 물으라” 고 말했을 정도로 오나라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그는 유비군과 제갈량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스스로 계략을 짜내며 항복만을 외치던 오군을 이끌고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뒀으며, 그 제갈량에게 재능을 인정받기도 한 만큼 스스로의 능력도 출중했다. 단순히 지략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들을, 뛰어난 무예와 특유의 리더쉽을 발휘하며 해결해냈다. 조조군 최고의 신장이라는 조인을 상대로도 독화살에 맞아가면서 완벽하게 승리를 이끌어냈다.아쉬움
또한 주유는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하려 했던 것과 비슷하게 대전략을 하나 세웠었다. 바로 천하이분지계이다. 기회를 노려 형주를 장악하고 파촉까지 점령한 다음 조조에게 대항하려던 것이다. 진심으로 천하통일을 꿈꿀 정도의 그릇이었다. 그러나 이런 꿈은 주유가 너무 일찍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룰 수 없게 된다. 그는 화병과 금창이 터지며 사경을 헤매다가 죽는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름아닌 제갈량이다. 적벽대전이 끝난 이후 주유와 오군이 당연하게도 차지했어야 할 보상인 남군과 형주, 양양을 전쟁의 혼란을 틈타 순식간에 차지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군사는 군사대로 낭비하고 소득은 하나도 없게 된 상황을 주유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그 원통함이 커질대로 커지며 화병이 났고, 그 화병이 조인에 독화살로 인해 생겼던 몸의 병까지 터지게 만들었다. 조금만 오래 살았더라면 삼국지의 흐름을 뒤흔들었을지도 모르는 천재 주유는 갑자기 등장한 자신보다 더한 천재에 의해 아쉬운 결말을 맞이하고 만다.LG전자 MC사업부
LG전자의 MC사업부는 기존의 기계 중심이었던 피쳐폰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스마트폰 시대로 흐름이 바뀌면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비운의 부서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과 같이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품을 제작하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블랙라벨 시리즈의 인기를 불러왔다. 원래는 가전에서만 전성기를 보이던 LG전자였던 만큼 당시의 성공은 더욱 빛났다. 하지만 디자인을 우선으로 했던 당시의 성공공식은 결국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 기존 휴대전화 제조 업체들과 함께 조금씩 도태되던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늘어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2021년 4월 5일 사업 철수를 정식으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