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참새 시리즈와 전두환 시리즈

2024-03-17     어기선 기자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참새 시리즈와 전두환 시리즈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관통한 유머 시리즈다. 참새는 포수에게 맞아 죽어가는 상황을 소재로 담았다. 전두환 시리즈는 전두환과 그 일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았다. 박정희 정권 당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인해 농촌은 파괴되면서 도시화가 이뤄졌고, 도시에는 노동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정보를 교류하기 시작했다. 당시 TV 보급도 되지 않으면서 정보 교류가 늦었으며 정보의 내용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되면 남산(중앙정보부)으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되면서 정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막걸리 보안법

1970년대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정권 시대이기 때문에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것이 적용됐다. 술자리에서도 정권을 비판하게 되면 남산(중앙정보부)으로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았다. 196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1970년 중화학공업으로 산업체계가 바뀌게 되면서 점차 고급 인력이 도심에 자리 매김을 하게 되면서 그들은 점차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었다. 하지만 막걸리 보안법에 묶여서 자신의 울분을 풀어낼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참새 시리즈가 탄생됐다. 참새 시리즈는 서민을 ‘참새’로, 군사정부를 ‘포수’로 묘사했다. 예컨대 A라는 참새가 포수에게 “왜 나만 솨요? 쟤두 쏴요”라고 하면 B라는 참새가 포수에게 “쟤 아직 안 죽었대요. 한방 더 쏴요”라는 식이다. 즉, 군사정부에서 참새들끼리도 서로 저격하는 방식 등으로 당시 서민의 애환을 표현했다. 군사정부 아래서 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울분을 참새 시리즈로 대신한 것이다.

전두환 시리즈 출현

그러다가 1980년 전두환 시리즈가 나타났다. 전두환 시리즈는 좀 더 세련되면서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1980년 컬러TV 시대가 열리게 되고, 비디오 플레이어가 가정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동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중동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해외에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해외 특히 유럽의 문화가 가정에 많이 유입됐기 때문에 ‘참새시리즈’가 ‘전두환 시리즈’로 전환됐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갑자기 튀어나와서 정권을 장악하고 간접선거로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국민들로서는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982년 서독은 헬무트 콜 수상이 취임했다. 그러면서 ‘헬무트 콜 유머집’이 서독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동 건설 노동자들은 직간접적으로 헬무트 콜 유머집을 접하면서 서구유럽에서는 정권을 향해서 유머 코드를 날릴 수 있구나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국가 수장을 웃음거리로 다루는 것은 불경죄에 해당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전두환 시리즈가 유행을 했는데 헬무트 콜 유머집 내용과 유사하다. 즉, 헬무트 콜 수상의 이름을 전두환으로 바꾼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시리즈도 1987년 이후 급격히 쇠퇴를 하게 되는데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삼아도 된다고 하면서 방송가에서는 노태우 정권을 비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때는 ‘YS는 못말려’라는 유머집이 나타났다. 그것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군부독재 시절부터 쌓여 있던 각종 부조리를 용감하게 헤쳐 나가는 모습을 담으면서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다. 이후 PC통신이 등장하면서 점차 정권을 향한 유머 코드는 직설적이면서 대담해졌다. 그러면서 방송가에서 이른바 시사 코미디가 설 자리가 점차 잃어버리게 되면서 시사 코미디는 이제 인터넷 영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