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오카쿠라 텐신

2024-03-20     어기선 기자
일본을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 세대 강연회’에서 한일 양국 청년 세대의 적극적인 협력과 교류를 당부하는 연설에서 일본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카쿠라 텐신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상을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오카쿠라 텐신은

오카쿠라 텐신은 미술사가이면서 미술교육자이다. 무엇보다 국수주의 사상가였다.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익혔다. 도쿄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미국인 동양미술사가 페놀로사의 감화를 받아 일본 미술에 빠졌다. 그러면서 러일전쟁 전후로 자신의 저서를 영어로 출간하면서 해외에 일본 문화를 알린 인물이다. 1904년 출간한 일본의 각성에서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이 적혀있다.

조선반도는 아마도 원래는 선사시대 동안에 우리의 식민지였을 것이다. 조선에 남아 있는 고고학적 유물은 우리의 원시시대 고인돌에서 발견된 것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유형이다. 조선의 언어는 오늘날까지도 모든 아시아의 언어들 가운데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게통에 속한다. (...)3세기에는 우리의 진구(神功) 황후가 조선반도를 침략하는 군대를 이끌었는데, 그것은 [조선반도에서] 수많은 독립된 소국들이 일어나면서 위협받게 된 우리의 통치권을 재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연대기들에는 8세기까지 우리가 식민주를 보호했다는 기사들이 가득하다.

일본의 각성에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배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조선과 만주의 독립은 우리의 종족 보존을 위해서 경제적으로 필요하다. 경작지가 빈약한 이들 나라에서 만약 합법적인 출구를 빼앗겨버린다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우리 인구를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인들이 이 영토들에 손을 뻗치고 있는데, 우리 외에는 누구도 이에 저항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고대에 우리의 영역 안에 있었던 조선을 우리 국민의 합법적인 방어선 안에 둘 것을 고려하고 있다. 1894년에 중국이 조선반도의 독립을 위협했을 때, 우리는 중국과 전쟁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04년에 우리가 러시아와 싸웠던 것도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였다.

일본의 각성은 위기의식에서 발현

오카쿠라 텐신은 일본의 각성을 통해 일본의 문화를 미국에게 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왜곡된 역사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나일본부의 경우 '허황된 이론'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제는 사장된 이론이라는 것을 들어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구사했다. 그것은 일본의 위기에서 드러난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구문물을 받아들였지만 그로 인해 일본의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위기에 봉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타파하는 방법으로 '일본의 각성'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일본의 아시아 지배의 정당성을 외치는 논리가 됐다. 일본만이 동양 고전사상을 고수할 수 있고, 전토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아시아 중심국가로 거듭날 수 있으며, 서양으로부터 동양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의 아시아 지배는 정당하다는 논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