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리뷰] 왕이 된 남자와 ‘광해군의 중립 외교’

2024-03-20     전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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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파이낸셜리뷰=전완수 기자] 최근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인도가 그 존재감을 과감히 드러내며 화제가 되었다. 올해 G20의 의장국인 인도는 지난달 24일 G20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의 주요 화두는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흐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었다. 주요 서방국가들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반박을 할 뿐이었다. 이렇게 서로 물어뜯는 와중 의장국 인도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양쪽 그 어느 편에도 의견이 기울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도 과거 중립 외교를 하며 뛰어난 정치적 능력을 보여준 왕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영화의 주인공 광해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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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과 계획

조선의 왕으로 즉위한 광해군(배우 이병헌)은 붕당정치에 의한 폐해로 날마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신경은 예민해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까지 나빠지게 되며 매일같이 수라상을 뒤엎으며 행패를 부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은수저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본 광해군은 수라나인들에게 수저가 담겼던 음식을 직접 먹어보라 말하며 독이 든게 아니냐고 화를 낸다. 이를 도승지인 허균(배우 류승룡)이 말리며 직언을 하는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히 광해군과 무척이나 닮은 하선(배우 이병헌)이라는 광대를 발견하게 된 허균은, 그를 광해군으로 위장시켜 진짜 광해군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계책을 세운다.

계획대로?

하선은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자신을 따라하도록 시켜본 광해군은 하선이 훌룡하게 자신을 흉내내는 모습을 보며 흡족해한다. 이후 광해군은 하선을 대역으로 세워놓고 자신은 밖에서 내연녀와 하룻밤을 즐기는 등의 자신이 원하던 평화로운 일상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광해군이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게 된다. 어의에게 원인을 알아보게 한 결과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허균은 빠르게 광해군을 궐 밖으로 보내어 치료에 전념하도록 하고 하선을 아예 광해군이 하던 모든 역할을 수행하게 시키며 궐내를 잠잠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딱히 내키지 않았던 하선이었지만 허균이 준 막대한 금액은 그저 광대로 지내던 자신의 신세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과연 그는 이 이상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엄청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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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의 중립외교

선조의 뒤를 이은 광해군은 임진왜란의 뒷수습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토지 대장과 호적을 새로 만들어 국가 재정 수입을 늘린게 그 첫번째 과정이었다. 이걸 기반으로 피폐해진 산업들을 일으키며, 한편으론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거기에 그 유명한 동의보감을 허준으로 하여금 편찬하게 했다. 전란 중에 퍼졌던 질병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빛나는 광해의 진가는 여기서 나온다. 바로 그의 중립 외교이다. 당시 점점 쇠퇴해지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명나라와 제법 강성해지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북방 여진족의 정세를 동시에 파악한 그는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든지 양쪽 다 도와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유연한 대처를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