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6534만원→2100만원’ 고무줄 보험료···금감원, 손보사 전수조사 착수
화재 발생 후 보험료 약 15배 인상···민원 제기 후 2/3이상 감액
금감원, 보험료 인하‧공동인수 제도 확대 등 전반적 제도 개선 방침
2024-03-22 이창원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국내 보험사들의 이른바 ‘고무줄 보험료’ 산정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각종 특약, 보장 한도 확대 등을 이유로 보험료를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높게 산정하는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금감원, 국회 등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 보험료가 2/3 이상 감액되는 반면,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쉬쉬하는 보험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전동 스쿠터 배터리 충전 중 큰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보험사인 메리츠화재으로부터 1억2200만원을 보상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까지 보험료 443만원을 지급해왔지만, 화재 이후 올해 보험료는 무려 6534만원으로 갱신됐다. 이는 약 15배 오른 수준이고, 지난해 보상받은 금액의 절반 이상에 해당해 보험사의 경우 2년만 지나면 보상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단체화재보험료는 전체 관리비에 포함돼 아파트 입주민들이 나눠 부담하게 된다.
법적으로 단체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아파트는 다른 보험사에 가입하는 방법도 찾아봤지만, 견적서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금감원과 국회에 잇따라 이의 및 민원을 제기하자, 보험료는 각각 3000만원, 2100만원으로 조정됐다.
이의 및 민원 제기 이후 보험료가 1/3 수준으로 갑자기 조정된 점, 조정된 보험료도 기존보다 약 5배 정도 인상된 점 등에 대해 보험 가입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는 동시에 보험사의 ‘고무줄 보험료’ 책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대리점을 경유해 (보험료는) 대리점에서 산정하고, 산정된대로 승인된 것”이라며 “당시 화재 사고가 있어 담보를 추가해서 보험료를 산정했었고,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있어 금액이 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건은 사고 이후 특약 담보 확대 등으로 해당 대리점에 산출한 보험료를 조정한 사례”라며 “아마 타사에서 (보험 계약을) 받지 않아 대리점에서 담보를 좀 많이 주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른 보험사들과의 담합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계약은 모두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그럴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와 같은 보험사들의 화재보험 ‘고무줄 보험료’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0일부터 전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의 발단이 된 메리츠화재가 첫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금감원은 화재 발생 시 보험사들의 보험료 갱신 현황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화재보험 공동인수 제도도 함께 점검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화재보험 공동인수 제도는 화재 이후 개별 보험사로부터 화재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시, 복수의 보험사들이 사고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아직까지 화재보험료 인하, 공동인수 제도 확대 등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금감원은 전수조사 이후 보험사의 화재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