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월드컴 스캔들

2024-03-24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월드컴은 1983년부터 2002년까지 존속했던 미국의 유선통신 기업이다. 미국 전역에 광통신망을 갖고 있으며, 전국 유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던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분식회계로 스캔들이 터진 회사이면서 리먼 브라더스 파산 전까지 미국 1위 채권 부도 기록을 가진 기업이었다. 부정부패와 분식회계로 얼룩진 회사였지만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견제를 하지 못했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어두운 그림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시시피에서 세워진 회사가

1983년 미시시피에서 LDDS(Long Distance Discount Services)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회사가 월드컴이다. 미시시피 일부 고객에게 전용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 하지만 1985년 버나드 에버스를 CEO로 선출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공격적으로 확장을 하면서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키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1985년 당시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의향만 밝히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의 발상이 가능했다. 그야말로 먹이사슬 상층권에서 모든 것을 먹어치우듯이 2000년까지 총 60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빚을 이용해서 LDDS보다 큰 회사를 쉽게 이용했다. 그리고 회사의 규모와 이익을 포장했다. 즉, 회계조작을 했다. 무섭게 인수합병을 하던 LDDS는 1995년 국제통신 사업에 진출하면서 ‘월드컴’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 이후에도 무리한 인수합병을 했다. 그러면서 연매출이 400억 달러를 달성하게 됐다. 그러나 속빈 강정이었다.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이에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통해 외부에 숨겼지만 현금 결제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은행은 아낌없이

은행 역시 월드컴이 속빈 강정이라는 것을 모른 채 돈을 빌려줬다. 은행이 만약 월드컴의 속내를 파악했다면 파산시켰을텐데 그러하지 못했다. 문제는 2000년 들어서면서 닷컴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면서 그야말로 월드컴은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진은 실적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됐다. 그래야만 돈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9년 10월 월드컴은 미국 4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스피린트를 합병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수상하게 여겨 거부했다. 그러던 것이 2001년 9월 11일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른바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가 얼어붙게 된 것이다. 그것은 월드컴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자 신시아 쿠퍼아 이사회에 38억 달러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폭로했다. 이사회로서는 회계부정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금액이 엄청난지를 그때 알았다고 한다. 결국 2002년 7월 21일, 월드컴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파산 규모는 1070억달러로 리먼 브라더스 이전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리고 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 분식회계 규모는 110억달러였다. 아울러 버나드 에바스가 퇴임 하기 전 4억달러를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버나드 에버스는 2005년 7월 13일에 증권 사기와 공모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2006년 9월 26일에 수감된 그는 13년의 복역을 마치고 2019년 말에 석방됐고 이듬해 2월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