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다비드상, 메디치 가문 그리고 피렌체

2024-03-27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미국 한 초등학교 교장이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상’을 수업시간에 보여줬지만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포르노’라는 항의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은 지난 주 6학년 미술 수업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과 관련해 이 학교 교장 호프 캐러스킬라에게 사임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인문학 연구 책임자 마를라 스토네는 다비드상이 사전에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캐러스킬라 교장에게 도시를 방문해 달라는 초대장을 보냈다면서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로 유명해지면서 20대 초반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1501년 8월 16일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위원회는 미켈란젤로에게 성당의 북쪽 위에 있는 부벽에 올려놓을 다윗을 조각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돌팔매로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상을 만들면서 메디치 가문을 물리친 피렌체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1504년 다비드상이 완성됐다. 문제는 5m가 넘는 거대한 다비드상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을 성당의 높은 곳에 올리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울러 다비드상이 완성됐다는 소식에 세간의 사람들이 다비드상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당 부벽에 둘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렌체 시민 30인 위원회를 소집했고, 그 결과 다비드상을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피렌체 시청 베키오 궁전 앞에 놓기로 결정했다.

메디치 가문 지원 받은 미켈란젤로가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메디치 가문은 미켈란젤로의 후원자였다. 그런데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벗어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다비드상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아이어리가 발생했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로부터 의뢰를 받았을 당시 논란에 대한 값까지 피렌체 정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로 복귀했을 때 미켈란젤로는 한동안 고향을 밟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교황청의 의뢰만 받으면서 숨어 지내야 했다. 피렌체를 회복한 메디치 가문은 다비드상의 거취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차마 파괴를 할 수 없었다. 다만 메디치 가문을 찬양하는 새로운 작품을 의뢰했다. 해당 작품이 첼리니의 페르세우스로, 이 청동상에서 페르세우스가 들고 있는 메두사의 머리는 피렌체 공화 정부를 상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