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의 모델하우스 사진촬영 금지 갑질, 법으로 따져보니

2024-03-28     어기선 기자
사진=파이낸셜리뷰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최근 경기도 고양의 LH 아파트에서 견본주택(모델하우스)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입주민의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입주 예정자가 모델하우스를 개인적으로 사진 촬영하는 것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주택 모델하우스와 실제 시공의 차이 관련, 민원 현황 및 사후 처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대표적으로 고양향동 A-3BL, 부산만덕 5주환지구, 시흥은계 B2BL, 위례 A3-3a 등 7개 단지에서 모델하우스와 실제 주택 내부가 다르다는 민원이 발생했다. 우선 고양향동 A-3BL은 발코니 마감이 다르고, 인근 단지인 고양장항 A4BL에는 모델하우스와 저층부 마감이 다르다. 또한 세종 4-2 생활권은 아트월 콘센트·보조주방 문턱·식탁 위치 등이 다르고, 성남신흥2구역 정비사업은 기단부 석재마감 색이 다르다. 문제는 LH가 이를 수용한 것은 2개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모델하우스에 대한 사진촬영 금지 조항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유 의원이 LH로부터 확보한 답변서에 따르면 모델하우스 설치, 전시 및 운영은 기업 고유의 경영 및 영업 상 비밀(노하우)에 해당대 촬영을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유경준

법적으로 따져보니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에는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 공연권(제17조), 공중송신권(제18조), 전시권(제19조), 배포권(제20조), 대여권(제21조), 2차적저작물작성권(제22조) 등이 있다. 사진 촬영은 복제권에 해당한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22항에는 복제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모델하우스를 사진 촬영할 경우 모델하우스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복제권을 제한하는 예외 규정도 있다. 제30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내용을 갖고 있다.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 스캐너, 사진기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을 정하는 복제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개인적인 목적에 의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델하우스에서 개인적인 이용을 위해 사진촬영하는 것은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법무법인 예화 소속 윤범준 변호사는 “모델하우스 사진촬영이 개인적 목적이라면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경준 의원은 “신발이나 옷만 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 전 촬영은 물론 실제 착용도 하면서 구매하는데 수억원짜리 집을 대충 보고 사라는 것은 공급자의 명백한 갑질”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모델하우스와 실제 거주하는 집이 차이가 있다면 그에 대해 민원이나 소송 등을 해야 하려면 그에 대한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사진 촬영을 금지하게 된다면 결국 입주예정자가 그에 대한 입증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