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4월 5일 낙산사 산불 소실
2024-04-05 어기선 기자
한국전쟁 때 소실
낙산사는 한국전쟁 당시 화재로 소실된 것은 1953년 다시 지었다. 그런데 2005년 4월 4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 일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 다음날인 4월 5일 산림청 등은 헬기 10여대를 긴급 투입해 화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산불은 바람을 타고 낙산해수욕장까지 번졌고, 오전 중에 큰 불이 거의 잡히는 듯 보여서 주민들이 속속 집으로 돌아가 가재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잦아들었던 불길은 오후 1시경 강풍을 타고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후 3시 낙산사로 산불이 확대되면서 방화선이 무너졌고, 낙산사 전각이 화재로 소실됐다. 이 화재로 21채 건물이 불탔으며, 보물 479호로 지정되어 있던 낙산사 동종이 소실되면서 보물에서 지정 해제됐다. 이로써 보물 제479호는 결번으로 남았다. 낙산사 동종은 2006년 9월 29일 새로 주조됐으며, 10월 13일 충북 진천에서 시험 타종을 거친 후, 10월 16일 낙산사에 안치됐다.강원도 산불이 대형 화재로 번지는 이유
이날 주불이 잡혔다고 판단했지만 남은 불씨가 되살아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부는 거센 바람이 그 원인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산림녹화사업이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1970~8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전국 강산은 ‘푸르게’ 변해갔지만 문제는 강원도는 ‘소나무’ 중심으로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소나무는 바위나 산 등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가장 적합한 나무이다. 게다가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산림녹화사업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주로 소나무를 심었는데 소나무의 가장 큰 담점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솔잎이나 송진 등은 산불의 연료가 된다. 낙산사 산불이 주불이 잡혔음에도 다시 살아난 이유는 솔잎이나 송진 등에 불씨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산림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침엽수 대신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임도의 부족
또 다른 문제는 임도(林道)의 부족이다. 산림녹화사업을 할 당시 ‘무조건 심기’에만 급급했다. 산림의 경제성을 따지지도 않았으며, 임도라는 개념도 없었다.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숲길’이 필요하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이웃 숲으로 옮겨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에는 임도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ha당 3.8m로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등 임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임도의 부족은 한 번 불이 나면 이웃 숲으로 쉽게 옮겨 붙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한번 산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임도가 없기 때문에 산불을 끄기 위해 사람의 접근이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주로 헬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헬기는 야간에는 사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에는 진화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만약 임도가 있다면 야간에도 인력을 투입해 산불을 진화할 수 있지만 임도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야간 진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