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살수대첩과 실크로드

2023-04-07     어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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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598년 수문제는 고구려를 침공했지만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철군을 해야 했다. 그리고 수문제는 다시는 고구려를 침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러나 수양제는 고구려를 침공했고, 살수대첩으로 인해 철저하게 패배를 했다. 1차 침공 때에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침공을 가했고, 그때마다 패배를 했다. 그리고 결국 수나라는 멸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섰다. 당나라 때에도 계속해서 고구려를 침공을 가했다. 역사적으로도 계속해서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나라와 당나라는 끊임없이 고구려를 침공했다. 그것은 단순히 고구려를 복속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큰 희생이 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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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제가 깜짝 놀란 이유는

수양제는 607년 4월부터 9월까지 몸소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북쪽 변경지대를 순행했다. 낙양으로부터 1500리 떨어진 유림(楡林)이란 지역에서 동돌권 계민가한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계민가한이 수양제 일행을 극진하게 대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양제가 곧 깜짝 놀랄 일이 발생했다. 계민가한이 고구려 사신이 동돌궐에 와있다는 것을 수양제에게 알린 것이다. 당시 수양제와 신하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고구려와 동돌궐이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시 수나라는 끊임없이 작업을 해서 돌궐을 동돌궐과 서돌궐로 분열을 시켰고, 동돌궐은 수나라에 복속했다. 그런데 그런 동돌궐이 고구려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은 수나라로서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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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주인은 누구

수나라가 동돌궐을 복속시킨 것은 물론 자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실크로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다. 진시황은 흉노족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아올렸지만 흉노족이 멸망하고 돌궐이 들어서면서 중국은 돌궐 내부 사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크로드’로 인한 수익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에서 산출되는 비단이 이른바 초원길로 불리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유럽으로 이동했다. 흉노의 입장에서 실크로드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 실크로드를 차지한 돌궐의 입장에서도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입장에서 돌궐을 복속시키지 않으면 실크로드의 막대한 부를 돌궐에게 고스란히 빼앗기게 되고, 그것은 곧 북방유목민에게 중국이 복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구려가 동돌궐과 손잡는다면

그런데 수양제 입장에서 동돌궐에 고구려 사신이 와있다는 것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고구려가 동돌궐과 손을 잡는다면 간신히 복속시킨 동돌궐이 독립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크로드의 주도권을 사실상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양제는 ‘대운하’를 통해 강남의 물자를 하북으로 이동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실크로드를 통해 서유럽으로 이동시키면서 막대한 부를 계획했는데 그것이 틀어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고구려를 침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차 침공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살수대첩에서 대패를 하면서 그 꿈은 접어야 했다. 당태종 역시 현재 우즈베키스탄 부근에서 고구려 사신이 돌궐을 만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됐고, 역시 고구려를 침공했지만 실패를 해야 한다. 이에 당나라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됐는데, 그것은 신라를 군사물자의 전략기지로 삼아서 당나라는 군대를, 신라는 군량미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고구려를 침공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위해 우선 백제부터 멸망을 시킨 후 고구려를 침공했고, 물자 전쟁에서 고구려가 점차 물자가 고갈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끝내 멸망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