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2023-04-13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질투하며 시기하는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하지만 해당 속담은 과거 농경사회의 ‘거름’과도 연관이 돼있다. 1913년 암모니아 합성법이 상업화되면서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됐다. 비료가 보급되기 전에는 지력(地力)을 회복하기 위해서 휴경을 해야 하는 곳이 많았다. 또한 화학비료가 발명되기 전에는 주로 분변이 많았고, 인분이 지력을 보충하는데 가장 좋은 원료였다.

농경공동체 사회

조선시대까지 농경사회는 혈연관계로 맺어진 집단이었다. 대가족이었고, 같은 성씨가 부락을 형성했다. 그러다보니 사촌 간에도 교류가 활발했고, 혈연관계로 맺어진 집단은 ‘두레’나 ‘품앗이’ 등으로 농사를 지었다. 즉, 가족과 친인척 간에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주고, 훗날 자신의 농사에 노동력이 필요하면 친인척의 노동력을 제공받았다. 이는 거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그 사촌의 논밭에 거름을 제공하기 위해 ‘배가 아파야 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아울러 조선시대까지 경작권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그것은 농민이 토지의 주인은 아니지만 경작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었다. 조선시대까지 토지의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있었고, 지주의 개념은 해당 토지에 대한 수조권을 갖는 것이었다. 그리고 농민들은 경작권을 갖고 있었다. 농민이 갖고 있는 경작권은 지주나 정부가 마음대로 박탈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대로 땅을 경작하면서 살 수 있었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결국 이런 경작권을 가진 농민에게는 비료의 개념으로 사용된 속담이었다.

일제 토지조사사업 기점으로

하지만 구한말을 거쳐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토지의 개념이 바뀌었다. 일제는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근대적 토지 소유권을 정착시키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조선시대까지 경작권을 갖고 있던 농민들이 어느 순간 경작권이 사라지고,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농촌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게 됐다. 그러면서 사촌이 땅을 사게 되면 시기와 질투로 바뀌게 됐다. 그동안 소유권이 국가에서 지주로 바뀌게 됐고, 경작권 역시 지주에게로 넘어가면서 농민들은 하루아침에 소작농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사촌이 땅을 샀다면 과거의 개념은 경작권을 획득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지주’가 됐다는 것이고, 그것은 소유권과 경작권 등등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을에 있던 사촌이 땅을 샀다는 소식에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 시기와 질투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