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한일해저터널
2023-05-12 어기선 기자
일제강점기 때부터 추진
일본제국주의는 한반도를 점령하고, 만주까지 진출을 하면서 만주국에 영토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일본 열도에서 만주국으로 잇는 교통·물류 체계가 필요했다. 이에 한반도의 부산을 기점으로 경성을 지나, 단둥, 그리고 중화민국 영토인 베이징, 난징을 경유해 베트남 하노이, 사이공 프놈펜, 말레이반도로 이어지는 1만km 노선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시범으로 1927년 착공해 1932년 준공한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인 통영 해저터널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1936년 앞서 언급한 1만km 구상을 위해 착공했고, 1942년 준공한 혼슈와 규슈를 잇는 칸몬 터널도 개통했다. 1940년대 도쿄와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탄환열차 계획(오늘날 신칸센)이 세워졌고, 1942년에 ‘동아시아 교통학회’가 설립됐으며, 한일해저터널을 짓고 ‘동아시아 종단철도’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한일해저터널은 사실상 힘들었다. 그리고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한일해저터널 계획은 공중으로 사라졌다.문성명 제안
이후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국제평화고속도로’ 건설 방안을 제안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1983년 일본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 사사 야스오(佐佐保雄)씨가 '일한터널연구회'를 설립해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현불가능했지만 이제는 건설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1986년 일본의 일한터널연구회는 터널의 시발점으로 제안한 규슈 사가현 북서부의 가라쯔(唐津)에 탐사용 터널 건설공사를 시작해 547m 가량을 팠다.노태우 방일 당시
1990년 우리나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일해저터널을 제안했고, 1991년 일본 당시 가이후 도시키 총리가 터널 구상에 대해 화답했다. 1994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잇는 채널 터널이 완공되면서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여론이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제안했고, 화답으로 모리 요시로 수상 역시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한일 해저터널을 만들어 ASEM철도라 이름을 붙이자”고 밝혔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방일 당시 제안했고, 일본 자민당이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100년동안 이뤄야 할 3대 국가과제로 선정했다. 다만 2011년 국토해양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한중 해저터널과 한일해저터널 모두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부산광역시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해당 사업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21년 재보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내세우자 야당인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일해저터널을 언급했다.경제성은
이제는 기술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한일해저터널 연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경제성이 있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것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점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점이 부산이 아니라 일본이 된다. 즉, 부산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경유지 역할을 하게 되면서 모든 해상 물류는 ‘일본’에 빼앗길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되고, 부산항은 쇠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철도 시스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우리나라 철도는 ‘표준궤(1,435mm)’이지만 일본은 신칸센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로가 협궤(1,067mm)이다. 즉, 우리나라 철도 시스템과 일본 철도 시스템이 맞지 않는다.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된다고 해도 철도 시스템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서 그에 따라 경제성도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는 핸들이 왼쪽에 달려있지만 일본은 오른쪽에 달려있다. 즉, 주행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교통시스템이 차이가 발생한다. 아울러 한일해저터널은 엄청난 길이를 해저로 뚫는 것이기 때문에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일본은 잦은 지진이 발생하는 나라이다. 해저터널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