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또!” 터진 NH농협 금융사고…도 넘은 도덕적 해이

직원 실수로 다른 사람 대출금 상환 처리…무성의한 고객응대도 도마 위 “단순 오입금 사고‧횡령사고 확인 필요해”…금융사 의심되는 허술한 금융시스템 지난 6년간 금융사고 가장 높은 수준…고객 예금‧대출금 횡령사고도 빈번

2024-05-15     이창원 기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NH농협은행에서 또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조직 내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퍼져있는 모습이 관측되면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지난 8일 자신의 NH농협은행 통장 정리 과정에서 아파트 담도 대출금(3000만원) 상환 처리가 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앞서 A씨는 3주 전인 지난달 17일 NH농협은행 한 지점에서 대출금을 전액 상환했던 만큼 재차 NH농협은행을 방문해 해당 사실에 대한 확인에 나섰다. 확인 결과 A씨가 상환한 대출금은 A씨가 아닌 다른 고객의 대출금 상환에 사용됐다. 이에 NH농협은행은 A씨가 대출금을 상환한 당일 고객수가 많아 직원의 실수가 있었고, A씨에게 사과한 후 이자 비용 등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NH농협은행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고, “직원의 단순 실수였다”, “처리하겠다”는 대답만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직원들의 무성의한 응대에 황당함까지 느꼈다는 A씨는 단순 실수라는 NH농협은행의 해명도 잘 믿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순 실수로 고객의 대출 상환금을 다른 고객 대출 상환금으로 입금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만약 사실이라면 NH농협은행의 금융시스템이 매우 허술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NH농협은행에서 대출금 횡령사고가 있었던 만큼 해당 사건이 정말 단순 오입금 사고인지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6~2021년 금전사고 사고금액 742억원…특유의 ‘솜방망이 처벌’ 지적도

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 빈도와 규모는 주요 은행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6개 주요 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2년 1분기까지 NH농협은행의 윤리강령 위반 사례 건수는 73건으로 6개 은행 중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횡령 등 사고는 밝혀진 것만 21건이다. 지난해 윤 의원이 발표한 ‘2016~2021년 업권별, 유형별 금전사고 현황’ 자료에서도 NH농협은행의 금전사고는 27건(2016~2021년 기준)이 적발됐고, 사고금액 규모는 은행 중 가장 높은 742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사고와 관련된 NH농협은행 직원들은 은행 전산망을 조작해 112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처리하고, 공금 횡령, 차명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의 돈을 가로챘다. 최근에도 이와 같은 사고는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NH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로 특유의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분위기가 꼽힌다. 3억원이 넘는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은행 전산망을 조작한 직원 9명은 과태료(180~2500만원) 처분만 내려졌을 뿐 이후에는 정상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또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등의 주장에 따르면, 폐쇄적인 인사‧지배구조, 금융사고 발생 시 권고사직 등 ‘꼬리 자르기’, 부실공시에 대한 부실감사, 횡령사고 축소‧은폐 등 전반적인 조직의 분위기가 NH농협은행의 금융사고 재발 방지 노력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재차 주문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향후 금융사고에 대한 조치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이번 달 NH농협은행 이사회와의 면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통제 관련 이사회의 역할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