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여성혐오·남성혐오 그리고 젠더갈등

2023-05-17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등 젠더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최대 갈등 중 하나이다. 특히 20대 청년들에게는 심각한 수준의 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젠더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이런 젠더갈등은 ‘한강의 기적’에 비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 비율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경제적 파이가 좁아지면서 20대의 입장에서 젠더 갈등이 표출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가주도의 성장, 여성의 진출은 높아지고

한강의 기적 그리고 1987년 민주화, 1997년 외환위기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이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으로 바뀌면서 그에 따라 사회적 성역할 변화에 대한 시스템 마련을 민간에게 맡기게 됐다. 그에 따른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대한 분노가 쌓여갔다. 그런 분노가 성 역할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상대 성별 즉, 남성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면서 ‘남성 혐오’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분노만 표출되면서 성평등이 단지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평등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지배해야 한다는 식의 왜곡된 성평등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여성이 일하는 환경이 열악한 상태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 시작된 평가에서 올해까지 11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산출해 발표한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집계돼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를 면치 못했고,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에 비해 18.1%포인트 낮아 28위를 기록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역시 작년에 비해 1계단씩 오르긴 했으나 28위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 비율은 18.6%로 26위, 고등교육을 받는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4%포인트 낮아 조사 대상 가운데 27위였다. 이같이 여성에 불리한 환경은 젠더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사진=픽사베이

20대 실업률 증가

이처럼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가주도의 경제성장에서 2000년 들어서면서 민간주도의 성장으로 전환됐다. 민간주도의 성장이 되면 투자는 보수적으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국가주도의 성장에서 기업은 국가를 믿고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또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주도의 성장은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지만 이익이 늘어난 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청년들이 사회적 진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민간주도 경제성장에서는 기업의 투자가 보수화되면서 그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지난달 20대 후반의 실업률이 6.7%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6만9천명 늘어 10개월 만에 전월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으나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자리가 한정되면서 남성과 여성은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가주도 성장에서 민간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성역할에 따른 시스템 구축을 민간에게 맡기다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제한을 받게 되면서 그에 따라 국가가 부랴부랴 나서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문제는 민간기업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20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의 치열은 20대 남성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등 사회적 환경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면서 20대 남성이 분풀이로 ‘여성 혐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여성 혐오’나 ‘남성 혐오’ 등 젠더 갈등은 이성에 대한 혐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물론 언론 등에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