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운칠기삼[運七技三]

2024-05-19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프랑스의 한 염색공장의 여직원이 등유가 든 램프를 옮기다가 염색 테이블 위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다. 램프가 깨지고 램프 안의 등유가 쏟아져 나와서 테이블 위에 있던 작업물들이 엉망이 되었다. 직원들은 투덜거리며 화를 냈지만, 당시 공장의 대표였던 장 밥티스트 졸리의 대응은 조금 달랐다. 여직원이 등유를 쏟아버린 테이블보에는 얼룩이 지워져 가는 것을 목격했다. 밥티스트 졸리의 세심한 관찰과 현명한 대응이 세탁 산업의 '드라이클리닝'을 발명하는 순간이었다. 포스트잇은 1969년 미국의 화학제조사 3M의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가 매우 약한 접착제를 만든 실수 덕분에 발견된 것이다. 당시 쓸모가 없었지만 흔적 없이 떼어낼 수 있는 편리한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우고, 바보들은 실수를 흘러버린다. 중국 괴이문학의 걸작인 ‘요제지이 (聊齋志異)’에 나온 이야기다. 한 선비가 자신보다 무능한 자들은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가난에 쪼들려 분이 나서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이 술 내기 시합을 해서 이긴 쪽이 옳은 것이니 너는 아무 소리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하고,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이나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 따라 행해지되, 3푼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선비를 꾸짖고 돌려보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구동성 가운데 ‘운이 좋았다’라고 한다. 운칠기삼은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마의 마칠기삼(馬七騎三)은 말이 뛰는 데는 말 본래의 능력이 7할, 말을 모는 기수의 능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프로야구에서도 제일 잘 치는 선수의 타율이 평균 3할대로 전체 선수의 10%도 안 된다. 그 선수 7할의 실수에 대하여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 핀란드에는 ‘실수·실패의 날’이 있다. 그날은 지난 1년간 저질렀던 실수나 실패했던 사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고 한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성공으로부터 배우기보다는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성공이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실수가 어리석지만은 않다. 어쩌면 사람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 중의 하나는 실수일지도 모른다. 경험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실수에게 부여하는 이름이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실수가 아니다. 그러나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실수다.” 그림자 같은 인생, 실수를 기회로 바꿔라! 실수라는 고통의 껍질을 벗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