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혐한
2023-05-23 어기선 기자
21세기 혐한의 시작은 ‘겨울연가’
21세기 혐한의 시작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비롯된다. ‘겨울연가’는 2002년 KBS에서 방영한 드라마이다. 한국에서 방영이 종영된 지 1년 후인 2003년 4월부터 9월까지 NHK BS2에서 ‘겨울 소나타(冬のソナタ)’라는 제목으로 일본어로 더빙돼 방영됐다. 겨울연가 이전까지 일본 내 한국 드라마는 재일동포들이 주시청자였다. 따라서 일본 내 한국문화의 침투에 대해 일본 우익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2004년 재방영을 하면서 거대한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욘사마’ ‘지우히메’ 등의 신조어가 나왔다. 한류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주로 ‘주부’들이었다는 점에서 일본 우익들로서는 상당한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장년 여성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니 일본 우익들로서는 위기감에 빠지고, 그에 따라 혐한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우리가 유일한 선진강국이 아닐 수도
20세기 혐한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유일한 선진강국’이라는 바탕에서 조선인을 깔보는 형태의 혐한이었다면 겨울연가 이후부터 일본 우익에서는 “우리가 아시아에서 유일한 선진강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서의 바탕에서 나오는 혐한이 됐다. 이는 ‘잃어버린 10년’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그에 따라 경제성장이 정체됐지만 한국은 1997년 IMF를 겪으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했다. 이에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벗어나면서 일본과 나란히 국제사회에서 경쟁을 하게 됐다. 특히 가전제품 등에서의 경쟁은 일본 우익에게 위기의식을 더욱 재촉하게 만들었다.국제사회에서 밀려나는 일본
일본은 20세기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일본산 제품이 상당히 팔리면서 한때는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가 됐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 등을 거치면서 일본의 경제가 주저앉을 동안 한국은 바짝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가 됐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미국 현지 공장(앨라배마 주, 조지아 주)를 세웠으며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주에 반도체 연구소를 건립했다. 아울러 현대의 앨라배마 주 공장과 기아의 조지아 주 공장은 생산성이 높은 덕분에 미국의 여타 다른 주 상원의원들이 한국의 현대 본사를 방문해 자신들의 지역구에 공장을 추가 설립해 달라며 요청을 했다. 반대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은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우익으로서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J팝은 어디로
여기에 일본 우익들이 더 위기를 느꼈던 것은 바로 J팝의 실종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글로벌 사회에서 J팝이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잃어버린 10년과 함께 J팝 역시 국제사회에서 실종했다. 그 자리를 점차 K팝이 차고 들어서면서 일본 우익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그것을 혐한으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이런 혐한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출판업계 역시 혐한을 주제로 한 각종 책들이 출간을 했다. 아울러 유튜브 등에서도 혐한을 주제로 한 영상들이 속속 업로드 됐다. 오프라인에서는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혐한 시위가 격화되면서 또 다른 사회의 문제로 부상하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민족의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순종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일본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혐한 정서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