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2024-05-26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수도원 입구에는 큰 돌 비석이 하나 있고 그 비문에는 ‘아프레 쓸라(Apres cela)’라는 말이 세 번이나 반복해서 적혀 있다. ‘아프레 쓸라’라는 말은 ‘그다음, 그다음, 그다음.’이라는 뜻이다. 똑똑한 한 고학생이 마지막 학기를 남겨 놓고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잘 아는 신부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신부는 “마침 조금 전에 어떤 성도가 좋은 일에 써 달라고 돈을 놓고 갔네. 이건 자네를 위한 것일세.” 라고는 돈을 이 학생에게 내어주었다. 기뻐하는 학생에게 “한 가지 묻겠데, 자네는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뭘 하려나?” “말씀을 드린 대로 등록금을 내야지요.” “그다음은?”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을 해야지요.” “그다음은?” “법관이 돼서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좋은 생각이군. 그럼, 그다음은?” “돈 벌어서 장가가고, 가족들도 먹여 살려야죠.?” “그다음은?” 심상치 않은 질문에 학생은 더는 대답을 못했다. 신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다음은 내가 말하지. 자네도 죽고, 그다음은 자네도 심판대 앞에 설 것일세. 알았는가?” 학생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Apres cela’라는 신부의 질문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학생은 결국 돈을 신부에게 돌려주고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수도사가 되어 보람되고 귀한 일을 하다가 생을 마쳤다. 그의 묘비에는 한평생 좌우명으로 외우던 세 마디 ‘Apres cela, Apres cela, Apres cela'를 써 놓였다. 공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무녀인 어머니 슬하에서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잡다한 일을 하면서도 자강불식(自强自立不息,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고 노력)과 오소야천, 고다능비사(吾少也賤, 故多用鄙事, 젊어서 빈천했기에 천한 일도 많이 할 줄 알았다) 의 태도로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인생은 연습도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드라마의 감독, 각본, 주연 역할을 혼자 해내야 한다. 드라마를 희극으로 쓸지 비극으로 연기할지는 오롯이 자기 몫이다. 러시아 소설가 겸 의사였던 안톤 체호프는 숨을 거두기 전 '내가 죽으면 샴페인을 터뜨리라'라고 말했다. 체호프는 소심한 성격으로 하루하루를 질병과 통증의 비극적 삶으로 살았기에, 죽음을 평화이자 축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에서 “인생은 단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잠시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뽐내고 으스대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영영 사라져버리는 가련한 배우다.” 맹자의 인생삼락은 첫째, 爸爸妈妈俱存小哥無故(부모가 다 살아계시고 형제들이 무고한 것). 둘째, 仰不愧於天府不怍於人(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지은 죄 없으며) 셋째, 得天下2英才教育而敎育(영재나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세 가지를 모두 누리는 인생은 큰 즐거움이겠지만, 한가지라도 있으면 행복한 인생이다. 추사 김정희의 인생삼락은 一讀(책 읽는 즐거움), 二色(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을 나누는 것), 三酒(벗과 더불어 술잔을 나누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다. 조선조 유학자 신흠(申欽)도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으로 책 읽기, 손님맞이, 산천유람을 꼽았다. 즉, 문을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문을 열면 마음에 드는 손님을 맞으며, 문을 나서면 산천경개를 찾아가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인생삼락은 첫째,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다시 오는 것 둘째,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을 출세해 오는 것, 셋째, 혼자 외롭게 찾던 곳을 좋은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이다. 인간 존중 경영과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성공의 비결에 묻자 그는 3가지 복을 말했다. “첫째 가난했기에 어릴 적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 세상의 경험을 두루 쌓을 수 있었고, 둘째, 몸이 약해 항상 운동에 힘써 노후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고 셋째,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기에 세상 사람을 스승으로 여기고 언제나 배우는 일에 게으르지 않을 수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자는 운명에 좌절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내 탓으로 여기며 영감과 능력을 관리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한다. 긍정과 적극적인 사고로 시야가 넓인다. 오늘 목마르지 않다고 우물에 돌을 던지는 우를 범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