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인터파크 ‘1등 싸움’ 검찰로 가나

인터파크, 전지현까지 내세워 광고에 ‘해외여행 1위’ 문구 강조 허위‧과장‧기만광고 논란…공정위원회 신고에 내용증명 발송까지

2024-06-01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여행업계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TV광고 속 ‘해외여행 1위’ 문구 때문에 공정위에 신고를 당하고 경쟁사인 하나투어로부터 내용증명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로서는 적자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배우 전지현까지 내세우면서 거액의 광고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돈은 돈대로 쓰고 과징금 철퇴를 맞을 수도 있게 됐다. 사안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가 과하게 욕심을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해외여행 1위라는 문구에 문제가 있어서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모델이 전지현이기 때문에 광고 노출 효과는 톡톡히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파크
 

인터파크, 욕심 담긴 광고…하나투어와 갈등

1일 하나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인터파크가 광고를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하기 전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인터파크 측으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광고는 지난 5월20일부터 TV·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된 인터파크 광고다. ‘해외여행 1등은 인터파크’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는데, 해당 문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광고하단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문구로 ‘2023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BSP 본사 실적 기준 (2023년 4월30일 기준)’이라는 표시가 있는데, 최근 4개월 간의 BSP 해외 항공권 발권 실적을 기준으로 해외여행 1등이라 주장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파크의 설명에 따르면,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BSP 발권 집계 기준으로 2023년 1월부터 4월30일까지 인터파크 본사 기준 해외항공 발권 실적이 3559억원으로 하나투어 본사 기준보다 3552억원 보다 약 ‘7억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광고 하단에 부연설명을 하고 있는데다가 집행 전 방송심의 역시 통과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투어 측의 입장은 다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해외 항공권 발권 BSP 기준으로 1위라 하더라도 이것을 해외여행 1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 보통은 패키지나 여행상품 판매 등을 기준으로 하지 않느냐”며 “표현이 다소 잘못됐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본사 실적 기준에 대해서도 하나투어 측은 “너무 주관적인 기준”이라며 “하나투어는 본사 지사 합쳐서 하나투어인데 본사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비교대상이 적절치 않다. 그렇게 하면 저희가 액수가 더 많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다분히 의도적 표현이고 기만적인 표현일 수 있는데 그걸 가지고 심의를 통과했다면서 광고를 하는데, 보통 ‘1위’나 ‘최대’ 이런 표현이 들어가게 되면 굉장히 까다롭게 심의를 하기 마련인데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신고까지,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

실제로 문제의 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기만 광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신고를 당한 상태다. 인터파크 광고 속 ‘해외여행 1등’ 등 문구가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한 허위·과장 표시·광고나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고 해외여행상품 판매 1위로 오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예화의 윤범준 변호사는 “만일 진짜 표시위반이 맞다면 공정위에서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처분을 내리고 사안이 중대하다 싶으면 검찰에 고발을 진행한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이 있기 때문에 고발하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야놀자 인수 전부터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던 인터파크가 이번에 배우 전지현을 내세우면서 거액의 광고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드코로나 분위기 속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공정위에서 해당 광고가 표시위반이 맞다고 판단하면, 인터파크로서는 거액의 비용을 쓰고도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터파크의 이번 광고가 다분히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계속해서 인터파크 광고가 노출이 된다면 소비자들에게 해당 내용이 각인될 것이다. 더군다나 광고모델이 전지현 아니냐”며 “공정위 처벌을 받고 광고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노출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걸 노린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서는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등이라는 문구를 보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면서 황당해했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BSP라는 개념도 생소한데 오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