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가짜 친환경 ‘그린워싱’…스타벅스‧이니스프리‧SK
2024-06-09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지만 마치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친환경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린워싱은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택을 초래하고 동시에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낳는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홍보를 지속하고 있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위장된 친환경인 사례가 많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전세계는 친환경의 탈을 쓴 그린워싱을 잡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린워싱’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른바 가짜 친환경이라 불리는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꺼내 들었는데, 제품 일부가 친환경이라 하더라도 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전체 과정을 통틀어 오히려 효과가 미미하거나 감소한 경우에는 친환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개정안이 행정예고됐다.
그렇다면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타벅스의 ‘종이빨대’와 ‘리유저블컵’ △이니스프리의 ‘페이퍼보틀 에디션’ △SK엔무브의 ‘탄소중립 윤활유’ 등이 대표적이다. 에이스침대는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최근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시도한 ‘종이빨대’와 ‘리유저블컵’은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보다 종이빨대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E) 등으로 내부가 코팅처리 돼 있어서 재활용이 어렵다. 특히 종이빨대 생산을 위해서는 나무벌목이 불가피한 만큼, 결과적으로 친환경 분위기를 내고자 더 많은 환경파괴를 일삼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리유저블컵’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지난 2021년 9월28일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커피의날 등을 기념해 ‘리유저블컵 데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고객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아닌 다회사용이 가능한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했다.
여러번 사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리유저블컵도 플라스틱인 만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쏟아진 바 있다. 당시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가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21년 이니스프리는 세럼 제품의 ‘페이퍼 보틀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종이용기 패키지 겉면에는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 종이보틀이야)’라고 적혀있었지만 쪼개보니 내부에는 플라스틱 용기가 있었다. 사실상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싸둔 것에 그쳤던 제품이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라더니 속았다며 거세게 들끓었다.
당시 이니스프리 측은 “재활용율을 높이고자 무색PE 재질의 내용기를 사용하고 겉면에 종이 라벨을 씌운 플라스틱 저감 제품”이라 설명하면서도 용기 전체가 종이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혼란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SK엔무브와 에이스침대도 그린워싱 논란으로 행정지도를 받았다.
먼저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9월 프리미엄 저점도 엔진오일 3종을 출시하면서, 미국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만든 탄소중립 제품이라 홍보했다. 하지만 배출권을 샀다는 이유로 탄소중립이라 홍보하는 것은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환경부가 행정지도를 내렸다.
SK엔무브 외에도 GS칼텍스, 포스코 등 다른 철강‧에너지 업체들도 ‘탄소중립 원유’ 등의 표현을 관행적으로 사용하다 행정지도를 받게된 상황이다.
에이스침대는 침대 전용 방충·항균·항곰팡이 케어 제품 ‘마이크로가드 에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무해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환경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환경부는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화학제품 모두는 인체에 안전하다 볼 수 없고, 유해하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방법과 용도에 맞게 쓰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인체에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오남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일삼아도 별도의 제재 없이 행정지도 수준에 그쳤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 개정안’을 오는 28일까지 행정예고하면서 그린워싱 억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부 단계에서 환경성이 개선됐더라도 원료의 획득·생산·유통·사용·폐기 등 상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할 때 효과가 상쇄 또는 감소한 경우는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