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토지공개념

2023-06-09     어기선 기자
노태우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적재화로서의 성질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면서도 이익취득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예컨대 절대농지, 그린벨트, 공공택지, 공공임대주택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정권 당시에는 농지개혁법을 통해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내세우면서 토지공개념이 싹트기 시작했다. 다만 이때만 해도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는 1972년 헌법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우리나라와 같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토지의 절대적 사유물이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신형식 당시 건설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면서 나타난 제도가 바로 그린벨트이다.

노태우 정부 들어서

사실 토지공개념이 본격화된 것은 노태우 정권 들어서이다. 88서울올림픽과 3저 호황 등으로 경기호황을 겪었던 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몰리면서 집값이 매년 폭등하게 됐다.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투기업자들은 돈을 끌어 모았지만 서민들은 전세비조차 마련하지 못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노태우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노태우 정권이 내놓은 대책이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1기 신도시와 토지공개념 3법이었다. 이에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부담금제 등이 도입됐다. 물론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고, 일부 법률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제학자들 중에는 가장 진보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한 지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토지공개념이 그만큼 파격적이면서 진보적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토지공개념을 담은 정책 등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게 됐다. 일각에서는 만약 노태우 정권이 토지공개념을 내놓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더 비참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