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전두환 비자금 그리고 사과박스

2024-06-13     어기선 기자
뇌물=사과박스라는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사과박스라고 하면 이제는 뇌물의 대명사가 됐다. 과거 5만원권이 없을 당시 사과박스에 1만원권을 집어넣고 차량 트렁크에서 트렁크로 옮기는 방식으로 뇌물을 건내면서 사과박스라면 뇌물의 대명사가 됐다. 이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더 이상 차명계좌로 뇌물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되면서 나타난 신종 수법이었다. 그러나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사과박스가 이제는 비타500 박스로 바뀌게 됐다.

금융실명제 전후로

사과박스가 출현하게 된 것은 금융실명제 때문이다. 금융실명제 이전에 뇌물을 주고 받는 수단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해서 주고 받는 형식이었다. 즉, 통장과 도장만 건네주면 간단하게 끝났던 것이다. 하지만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더 이상 차명계좌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현금으로 뇌물을 상납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과박스가 주목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29kg 사과상자에 만원권이 2억 5천만원 들어가고, 5만원은 10억원이 들어간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 도중

사과박스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1996년 전두환 비자금 수사를 하던 도중 쌍용양회 경리창고에서 1만원짜리 사과상자가 발견되면서이다. 그리고 1997년 한보사태 당시 정태수 회장이 부도를 막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에게 사과상자에 현금을 전달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물론 이 기록을 깬 사건이 2002년 발생했다. 그것은 차떼기 사건이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회창을 등에 업고 여러 통로로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었는데 차량 안을 현금으로 채운 후 차량 열쇠를 전달하는 ‘차떼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 이후 사과박스는 대중문화 컨텐츠에서 살아남았다. 영화나 드라마 등등에서 뇌물을 상납하는 장면에 항상 등장한 것이 바로 사과박스이다. 다만 5만원권의 발행으로 인해 비타500에게 그 자리를 내어줬다. 사실 사과박스로 뇌물을 전달하는 장소는 주로 주차장 등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CCTV가 설치된 것은 물론 차량에서도 블랙박스 등이 장착됐기 때문에 사과박스로 뇌물을 전달했다가는 영상에 쉽게 노출이 된다. 이런 이유로 비타500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비타500은 뇌물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사무실에 가서 전달을 한다고 해도 CCTV나 블랙박스 등에 쉽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