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수능 킬러문항 배제 그리고 무즙 파동
2024-06-19 어기선 기자
무즙 파동
대통령실의 이같은 소식에 일부에서는 1964년 12월 7일 1965학년도 서울특별시 전기 중학 필답 고사 정답 발표 이후 발생한 사건인 무즙파동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런데 시험 문제에 엿을 만드는 과정 속에 당화 작용을 하는 물질을 고르라는 문제가 있었다. 출제자의 의도는 ‘다이아스테이스’(디아스타제)였다. 그런데 ‘무즙’이 문항에 포함이 돼있었다. 그리고 많은 수험생들이 ‘무즙’을 선택했다.※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 놓은 것이다.
① 찹쌀 1 kg 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②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③ 이 밥에 물 3 ℓ와 엿기름 160 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④ 이것을 엉성한 삼베 주머니로 짠다.
⑤ 짜 낸 국물을 조린다.
17. 엿기름이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위의 여러 가지 일 중 어느 것인가? 그 번호를 쓰시오.
18. 위 ③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① 디아스타제 ② 꿀 ③ 녹말 ④ 무즙
이에 학부모들은 무즙 역시 정답이라면서 항의를 했다. 그 이유는 당시 국민학교 6-2 자연 교과서에는 “침과 무즙에도 다이아스테이스 성분이 들어 있다”고 기재돼 있었다. 이에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난입한 후 “엿 먹어라”고 꺼내기도 했다. 결국 출제위는 해당 문항을 백지화해 모두 점수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이아스테이스를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의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이에 결국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당초 정답대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재판으로 가면서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해당 중학교가 내린 입학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합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당시 교육감, 문교부 차관 등이 사퇴를 해야 했다. 이후 중학교 입시 존폐에 불을 당겼고, 4년 뒤 창칼 파동 사건으로 인해 중학교 무시험 제도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뺑뺑이 세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