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한 과거리뷰] 킬러문항

2024-06-20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베제하기로 했다. 이에 오는 9월 모의평가서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고 공감했다. 이에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기 위해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고, 출제진이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물론 해당 내용이 나오면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킬러문항 왜 탄생했나

킬러문항이 왜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실력 상향평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수능에서 킬러문항으로 인한 사교육 시장이 매우 적었다. 그 이유는 시험 범위와 문항 수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변별력을 갖출 수 있었다. 예컨대 탐구영역의 경우 현재 2개 과목 선택이지만 5차 교육과정 당시에는 12개 과목 선택에 해당하는 분량이었고, 수학 역시 고교 전과정이 시험 범위였다. 당시에는 시험범위가 워낙 방대했기 때문에 개념을 아느냐 여부를 갖고 변별력을 갖췄기 때문에 굳이 킬러문항이 필요 없었다. 그때 당시에는 문제를 푸는 ‘스킬’을 배워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풀 수 있었다. 워낙 문항 숫자가 많기 때문에 굳이 변별력을 따질 이유가 없었다.

필수과목의 축소

수능의 원래 목적은 ‘대학교육을 수학할 수 있는가’였지만 점차 ‘문제풀이 스킬’ 혹은 ‘시간 안에 풀기’로 점수가 좌우되게 됐다. 그 원인은 시험범위의 축소이다. 7차 교육과정부터 필수과목은 계속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 필수과목의 내용이 지나치게 하향화되면서 변별력을 어떤 식으로 갖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갔고, 결국 시험범위 밖에서 어렵게 출제를 하는 ‘킬러문항’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 개편 당시 공부의 부담을 경감하자는 차원에서 시민단체 등이 압박을 했기 때문이다. 취지는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고, 그로 인해 사교육비 부담도 줄이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내용 학습 부담이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입시 전체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에 따라 킬러문항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됐다.

개념 공부에서 스킬 공부로

결국 수능은 변별력이 사라지게 되면서 그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킬러문항’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킬러문항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사교육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교육에서는 해당 내용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것으로 사교육의 부담을 경감하는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문항 수가 많기 때문에 1문제를 틀려도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현 시스템에서 1문제만 틀려도 당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교육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즉, 수험생 부담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이 오히려 수험생들을 사교육 시장에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