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경제리뷰] 모비 딕 그리고 포경산업

2024-06-21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소설 모비 딕은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면서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그러면서 믹구 문학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체험적 소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허먼 멜빌은 고래잡이 선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모비 딕에 나온 내용들 상당수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것보다는 주변의 경험담을 듣고 자신이 체험한 것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1849년 ‘니커보커 매거진’에 모비 딕 이야기가 실렸는데 1820년 일등항해사 출신 오웬 체이스가 ‘포경선 엑세스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를 실었다. 모비 딕이라는 흉폭한 고래가 포경선 엑세스호를 침몰시켰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모비 딕이라는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모비 딕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인 1850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특히 바다는 영국 해군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미국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 해군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독립전쟁 이후 미국은 더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지 않아도 됐다. 그것은 미국이 바다로 빠르게 진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이유로 매사추세츠 앞바다는 세계 최대 황금어장이 됐다. 소설의 배경이 메사추세츠 포경인이 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 미국 포경선 수는 전 유럽의 포경선 수의 세배가 됐다. 그 이유는 미국의 고래잡이가 기존의 고래잡이와 방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부족해진 고래기름

고래는 고기와 더불어 고래기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역사적으로 고래잡이는 오래된 어업이었다. 주로 연안에서 고래를 잡았지만 연안에 고래가 사라지면서 고래잡이 배들이 먼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먼바다에서 큰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고래를 발견하면 작은 배에 내려 고래를 잡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고래잡이다. 소설 모비 딕은 그런 모습을 묘사했다. 유럽 방식에 비해 대규모로 고래잡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유럽은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고래기름이 더욱 부족해졌다. 그러다보니 고래기름 가격이 급등하게 됐고, 이에 고래잡이 산업은 더욱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포경산업이 있었다.

폭탄 장착한 작살로

1864년 폭탄을 장착한 작살로 단번에 고래를 잡는 노르웨이식 고래잡이가 시작되면서 이때부터 대형종의 고래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대형종의 고래를 잡을 수 있게 되면서 고래의 개체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점차 연안에서 먼바다로 나아가는 고래잡이 방식이 되면서 그에 따라 고래들의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들어와서 석유를 활용하는 방법 등이 고안되면서 고래잡이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환경운동가 등의 노력이 있었기도 했지만 고래잡이를 통해 얻는 고래기름이 더 이상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모비 딕에서 영감 얻은 스타벅스

19세기초 미국 포경업계는 주로 스타벅(Starbuck)이란 가문이 꽉 잡고 있었다. 그들은 대양을 돌면서 수많은 고래를 잡아서 유명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소설 모비 딕에서도 스타벅이라는 일등항해사가 등장한다. 소설에서 스타벅은 가끔 위압적인 에이해브 선장에 도전하는 평화주의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1971년 3월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제리 샌프란시스코 대학 출신의 젊은이 3명이 처음으로 커피점을 열었을 때. 소설 모비 딕에 영감을 얻어서 스타벅스(Starbucks)로 이름을 정했다. 그리고 로고는 고래잡이들에게 공포의 상징이자 그리스 신화에 바다 귀신으로 나오는 세이렌(sirens)을 귀엽게 포장했다.